[리빙]간식으로 영양식으로 닭요리 맛있는 진화

  • 입력 2005년 1월 6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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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해다. 십이지(十二支)의 하나인 닭은 영웅의 탄생을 알린다는 상서롭고 신통한 새라지만 식탁에서는 고생스럽기가 말이 아니다. 전통 음식인 삼계탕, 닭백숙을 포함해 닭갈비, 전기구이통닭, 양념치킨, 찜닭, 불닭에 ‘국민 술안주’ 닭발, 닭똥집까지…. 안 먹는 것이 없을 정도다.

유독 닭요리가 변화무쌍한 까닭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닭요리 변천사를 들여다봤다.

○ 전기구이통닭에서 홍초불닭까지


닭요리 대중화는 관련 산업 발전과 긴밀하게 맞물린다.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도시락에 달걀이 들어 있으면 ‘잘사는 집’ 아이로 분류됐을 정도로 닭 값이 비쌌다. 양계업이 가내수공업 수준을 면치 못했기 때문.

60년대 중반 단시간에 빨리 자라 고기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육계’가 보급되면서 닭고기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고, 자연히 가격이 내려갔다. 이때부터 통닭구이를 중심으로 닭요리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70년대 말 식용유가 보급되면서부터는 튀김통닭이 인기였다. 77년에는 림스치킨이 튀김통닭으로 국내 최초로 프랜차이즈를 도입했고 한국 최초 패스트푸드점인 롯데리아도 79년 1호점을 내면서 조각치킨 판매에 들어갔다. 당시 1조각 가격이 450원. 버스비가 60원 하던 때였다.

80년대에는 마니커(85년) 하림(86년) 등 대형 계육업체가 닭고기 대량생산을 본격화하면서 대량소비시대를 열었고 이와 발맞춰 양념치킨이 등장했다.

82년 대전에서 문을 연 페리카나 치킨을 필두로 양념치킨은 90년대 말까지 치킨업계를 평정하면서 지금과 같은 ‘몇 집 건너 치킨집’ 상업구조가 형성됐다. 90년대 초에는 춘천 닭갈비가 반짝 호황을 누렸다. 닭갈비는 뼈가 없어 먹기 편한 데다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을 수 있어 식사 대용으로 인기였다.

양념통닭의 아성은 교촌치킨과 찜닭이 무너뜨렸다. 91년 대구 구미의 작은 치킨집에서 개발한 간장소스 치킨이 전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교촌치킨은 현재 체인점 1000개를 훌쩍 넘기는 거대 치킨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2000년에는 봉추찜닭이 안동 재래시장 통닭골목에서 내던 찜닭을 서울 대학로에 처음 소개하면서 전국에 찜닭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조리시간이 길고 맛을 통일하기 힘든 단점 때문에 2년도 안돼 시들해졌다.

현재 닭요리 유행은 2002년 서울 신촌에 등장한 홍초불닭에 머물러 있다. 지금도 불닭집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린다. 불황에 매운 맛이 주효한 탓이다.


○ 왜 닭인가

닭요리 변천사의 중심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산업이 있다. 특정 치킨점이 새로운 요리를 내 인기를 끌면 프랜차이즈를 통해 유행을 일으키는 식. 적은 돈으로 복잡한 기술 없이도 쉽게 창업할 수 있다 보니 너나없이 치킨점에 뛰어들었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새로운 요리법이 속속 개발됐다. 이런 까닭에 다른 요리에 비해 유행 주기도 짧다. 특히 97년 경제위기 이후에는 실직자들이 자영업계로 몰리면서 치킨 프랜차이즈가 과열됐고, 영세업체가 난립해 피해도 많았다.

가격이 싼 데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소비층이 넓다는 것도 닭고기의 경쟁력. 이민 웨스틴조선호텔 식음담당총괄은 “닭고기는 기름기가 별로 없는 저칼로리 영양식인 데다 맛이 담백해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치킨외식산업협회의 진기형 상무는 “술안주로 가장 만만하다는 것도 닭고기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 죽어간 닭에게 애도를

사람에게 잡아먹히는 것이 비단 닭고기뿐은 아니지만 일부 닭 관련 업체들은 위령제(慰靈祭)를 지내 ‘살생(殺生)의 업’을 씻고자 한다.

계육업체 마니커는 92년 본사에 계혼비(鷄魂碑)를 세웠다. 매년은 아니지만 가끔씩 이 앞에서 닭의 혼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낸다. 계혼비에 적힌 글귀는 이렇다. “생사는 자연의 뜻이겠으나/그 섭리가 아무리 장엄하다 한들/어느 생명 귀하지 않으리요/인간을 위해 목숨까지 보시한/그 넋 고이 잠들라.”

1960년부터 삼계탕을 팔아 온 서울 중구 서소문동 고려삼계탕 이상림 회장의 부인은 “사람을 위한 희생이 고맙다”며 꾸준히 불공을 드린다.

지난해 식탁에 오르기 위해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도살된 닭은 4억1098만4000마리에 달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닭고기 ABC▼

▽닭고기 껍질에 적당히 수분이 남아 있어 촉촉하고, 크림색으로 윤기가 있으며 털구멍이 울퉁불퉁 튀어 나온 것이 좋다.

▽닭고기 껍질에 주름이 잡혔거나 늘어진 것, 까칠하게 메말라 보이는 것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닭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피한다.

▽냉동한 닭고기는 맛이 떨어지고 비린내가 나며 상할 가능성이 높다. 되도록 냉장육을 사고, 섭씨 5도 이하에서 보관한다.

▽닭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없애려면 우유에 20분 정도 담가 두면 된다. 조리할 때 사워크림이나 요구르트를 넣어도 좋다.

▽닭가슴살은 단백질이 많고 지방은 적어 맛이 담백하다. 한국인들은 퍽퍽하다고 좋아하지 않지만 서양에서는 가슴살을 더 찾는다.

▽닭날개에는 콜라겐 성분이 많아 맛도 부드럽고 피부에도 좋다. 골다공증 예방 효과도 있다. 튀김이나 조림요리에 적당하다.

▽닭다리는 운동을 많이 하는 부위인 만큼 탄력이 있고 육질이 단단하다. 지방과 단백질이 조화를 이뤄 쫄깃쫄깃하다.

▽닭고기는 ‘1고 3저’(고단백 저지방 저칼로리 저콜레스테롤) 식품으로, 기타 육류에 비해 살찔 걱정은 덜 해도 될 듯.

▽닭고기는 섬유질이 가늘고 연하며 지방이 근육 섬유 속에 들어 있지 않아 소화 흡수가 잘된다. 어린이나 노인, 환자에게 좋다.

▽닭뼈를 진한 국물로 우려내 만든 치킨수프는 몸살감기에 잘 듣는다. 서양에서는 감기에 걸렸을 때 민간요법으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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