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작 ‘가위’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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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수룡
그림 박수룡
당신은 가위를 집는다. 길이가 5인치인 커트용 가위다. 엄지와 검지를 손가락 구멍에 각각 끼운다. 서너 차례 가위를 움직여 본다. 엇갈린 날이 닿았다 떨어지는 소리가 너무 가볍다. 가위를 벌리고 날을 살핀다. 당신이 미용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그가 사준 가위다. 날이 눈에 띄게 마모되어 있다. 짧은 머리를 기본으로 했을 때 날이 무뎌지는 가위질 횟수는 2400번에서 2800번이다. 당신의 가위는 오래 버틴 셈이다. 무뎌진 날은 모발의 커팅을 방해한다. 모발이 굵은 손님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자칫 잘못하면 두피에 상처를 낼 수도 있다. 당신은 고개를 들어 정면의 거울을 쳐다본다. 남자와 시선이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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