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신춘문예]희곡 ‘아일랜드행 소포’ 당선소감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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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부산 출생 △ 2001년 서울예술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3년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1년 명지대 백마문학상 소설부문 당선 △2002년 중앙대 의혈창작문학상 소설부문 당선
△1972년 부산 출생 △ 2001년 서울예술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3년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1년 명지대 백마문학상 소설부문 당선 △2002년 중앙대 의혈창작문학상 소설부문 당선
남산으로 오르는 외진 산책길. 그곳에는 나만 아는 7번 가로등이 있다. 최초의 소설을 완성하던 날 불이 켜지지 않는 7번 가로등을 발견했고 그 아래에 돌멩이 하나를 심어놓았다.

그 이후로 연애에 실패했을 때에도, 방을 구하지 못해 학교 양호실에서 몰래 잠을 자야 했을 때에도, 돈이 너무 없어 한 계절 내내 아침 점심을 굶었을 때에도, 수업을 빼먹고 혼자 낙엽을 줍다가도, 세 개 이상의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항상 글 쓸 시간에 쫓겨야 했을 때에도, 지하방으로 이사간 지 두 달 만에 수재민이 되었을 때에도 나는 잊지 않고 7번 가로등 아래 돌멩이를 심어놓았다.

돌멩이를 심으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던 남자의 심정으로 나는 나와 약속한 것이 있다. 명동을 떠난 후로 오랫동안 7번 가로등을 찾지 못했다. 이제 나는 그곳에 또 하나의 비밀을 심어 놓을 생각이다.

늘 그리운 서울예대 선생님, 성질 나쁜 애인, 문학의 바지자락 잡고 절대 놓아주지 말라고 일러주신 박범신 선생님, 부족한 글에 마음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 성질 나쁜 애인을 가진 여러 문우들, 지하철 1호선에 사는 모르는 남자 용이, 그리고 가족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오(본명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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