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최진규]휴대전화 끄고 책을 펴자

  • 입력 2004년 12월 6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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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규
얼마 전 서울에 출장가면서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했다. 모처럼 장시간 여행이라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독서 계획은 시외버스에 오르는 순간부터 여지없이 무너졌다. 요란한 휴대전화 벨소리가 수시로 울렸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양 큰 소리로 통화하는 몇몇 승객 때문에 도저히 책에 집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하철도 사정은 대동소이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승객이 휴대전화를 손에 꺼내 들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휴대전화 문화가 독서문화를 잠식해 버린 느낌이었다. 이 상황에서 굳이 책읽기를 강조하는 게 고루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아무리 편리하고 재미있다 하더라도 책 속에 담긴 소중한 가치들을 대신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1인당 월평균 1.6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한 달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사람이 무려 43.6%다. 우리나라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책과 담을 쌓고 지낸다는 의미다.

책을 외면하는 사회는 미래가 어둡다고 한다. 그런 나라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특히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말초적이고 감각적인 영상매체와 휴대전화 등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실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보화 시대에는 지식과 정보가 중요하다는데, 지식의 보고인 책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지는 게 맞지 않을까. 선진국에서는 어디를 가더라도 책 읽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독서는 문화·정보·지식의 바탕일 뿐만 아니라 상상력의 원천이다. 흔들거리는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까지 아껴 가며 책을 읽던 그 옛날이 새삼 그립다.

최진규 충남 서산시 서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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