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 JAPAN!]기후현/사계절 정취 뚜렷한 거대한 ‘山의 바다’

  • 입력 2004년 11월 29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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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슈 중앙의 기후(岐阜)현. 섬나라 일본이지만 기후현처럼 바다를 볼 수 없는 곳도 있다. 그런 탓일까. 기후현에는 바다를 대신해 ‘산의 바다’가 있다. 혼슈의 중앙부를 뒤덮은 해발 1000∼3000m급의 거대한 산악 저팬알프스다.

이렇듯 산에 둘러싸인 기후현의 매력은 분명한 사계절의 수려한 풍치다. 봄은 수령 1500년의 벚나무가 피워내는 벚꽃, 여름은 1300년간 이어지는 우카이(바다가마우지를 길들여 은어를 잡는 전통방식으로 한밤 강상에 횃불을 밝힌 배를 띄워 고기잡이를 한다), 가을은 단풍 곱게 물든 숲 속의 사찰 요코쿠라의 풍경, 겨울은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에 등록된 갓쇼(두 손을 합장한 듯한 뾰족한 지붕을 지닌 3층형 산악주택) 마을의 설경이 기후의 대표적인 사계 풍경이다.

기후현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국도 41번은 태평양쪽(남쪽) 이세만의 나고야시(아이치현)와 동해쪽(북쪽) 도야마만의 도야마시(도야마현)를 남북으로 잇는 ‘두 바다 연결도로’. 아시아나 항공기를 이용하면 도야마에 내려 이 도로를 따라 여행한 뒤 나고야에서 귀국 편을 탈 수 있다(반대도 가능).

이 도로는 혼슈 중심을 뒤덮은 저팬알프스의 산악을 남북으로 관통한다. 때문에 구절양장의 수많은 고갯길을 통과하지만 그만큼 볼 것도 많고 산중의 유서 깊은 온천마을도 지난다. 지나는 현은 도야마 기후 아이치 등 세 개(북에서 남으로)다.

○‘작은 교토’ 히다 다카야마(高山)

기후현의 대표적인 겨울 풍경인 합장옥 마을(갓쇼무라) 설경. 짚으로 지붕을 덮은 3층의 이 대형 목조주택은 산골사람들의 지혜의 결집체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에 등록돼 있다. 사진제공 기후현청
다카야마는 기후현 중심의 해발 650m에 있는 산중 도시로 히다는 이 지역의 옛 지명. 산중이다 보니 전통적으로 목공이 발달해 좋은 목수가 많았다. 교토와 나라의 절과 신사 등을 히다의 목수가 지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덕분에 다카야마에도 멋진 건축물이 많아 예로부터 이곳을 ‘작은 교토’라고 불렀다고 한다. 실제로 이 도시에는 바깥 격자창과 낮은 치마의 에도시대 구시가가 지금도 그대로 있다. 도시는 16세기 말 가나모리 가문이 다카야마 성을 지으면서 형성됐는데 도쿠가와 막부 직할령이 된 후 300년간 사무라이 가문의 통치를 받으면서 다카야마의 문화는 싹텄다. 그 대표적인 유물이 다카야마 마쓰리와 도시 한가운데의 ‘산 마치’라는 옛 거리다.

에도시대 풍정이 깃든 산마치의 세 거리는 다카야마 상인의 점포와 양조장이 줄지은 상가. 지금도 200∼300년 전 모습 그대로인데 전통공예품점 등이 성시를 이루고 있다. 다카야마 시내를 흐르는 미야강 동편에 있는데 이것 말고도 다른 거리와 다리, 건물이 모두 옛 모습 그대로다.

매일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서는 아침장도 다카야마의 볼거리다. 근방 산골의 아낙네가 싱싱한 꽃과 야채, 도시락을 가져와 판다.

○일본 3대 축제의 하나인 다카야마 마쓰리

요코쿠라 사로 가는 길을 아름답게 물들인 가을 단풍. 사진제공 기후현청
매년 4월 14, 15일과 10월 9, 10일 두 차례, 다카야마시에서 펼쳐지는 ‘다카야마 마쓰리’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축제다. 사람에 따라서는 교토의 기온 마쓰리, 지치부(사이타마현)의 밤 마쓰리와 더불어 일본의 3대 마쓰리에 넣는다. 참관 객이 30만명이나 된다.

이 마쓰리의 하이라이트는 ‘야타이’라고 부르는 나무로 지은 3층 규모의 화려한 집을 밀고 가는 가두행진. 인형과 깃발, 꽃, 금조각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야타이를 밀고 끌면서 수많은 사람이 행진하는데 무려 23대가 일렬로 펼쳐지는 행진 모습은 장관이다.

무게 4∼5t의 이 야타이는 못을 쓰지 않고 만드는데 제작에만 2년, 경비는 3000만엔(약 3억원)∼3억엔(약 30억원)이나 든다. 다카야마에는 이 야타이 장인들이 대를 이어 살고 있다. 이 야타이는 다카야마 마쓰리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히다 다카야마 마쓰리의 숲’이라는 이곳은 이 지역의 한 사업가가 다카야마를 교토처럼 전통이 숨쉬는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사재를 털어 만든 ‘박물관+전통 다실+숲 공원’의 복합 공간. 야타이 박물관은 희한하게도 산중턱에 조성한 거대한 굴속에 있다. 이유는 건조로 인한 목재의 변형을 막기 위해서는 항상 섭씨 16도와 습도 60%를 유지해야 하는데 굴속이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굴속에는 150년 된 것부터 최근 것까지 야타이 23대가 전시돼 있다. 조명 아래 자태를 드러낸 야타이는 그 정교함과 화려함이 깜짝 놀랄 정도이다.

16만평 삼나무 숲 한가운데의 박물관 공간에는 전통정원을 갖춘 전통다실도 있다. 다다미 방에 앉아 인간문화재가 만든 자완에 담아내는 거품 뽀얗게 인 말차를 마시면서 정적이 감도는 일본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분위기 좋은 곳이다. 한 잔에 1500엔(약 1만5000원).

○다카야마 근처 여행지

▽오쿠히다 온천 지구=다카야마 동북방의 주부(中部)산악국립공원 내. 협곡과 계곡물이 어우러진 산악에 히라유, 후쿠치, 신히라유, 도치오, 신호다카 등 5개 온천마을이 있다. 노천탕이 즐비하고 온천여관과 호텔도 계곡이나 산중턱에 있다. 스키어와 등반객이 많이 이용한다.

▽산악 전망 명소=저팬알프스 산악군의 중심인 다카야마 주변에는 가미고지 등 높고 험한 산악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신호다카 로프웨이(케이블카)와 북알프스산맥의 남쪽 끝인 노리쿠라다케(3000m급 휴화산)를 넘는 ‘노리쿠라 스카이라인’ 산악도로가 대표적인 명소. 눈 녹는 5월에 신호다카 로프웨이로 정상에 오르면 눈 덮인 산정에서 산책도 즐기고 봄볕 아래 눈을 이고 있는 산악풍광을 볼 수도 있다. 길이 14.4km의 노리쿠라 스카이라인은 일본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도로로 다다미다이라 고원평원과 주변의 저팬알프스의 멋진 경치를 보면서 드라이브할 수 있다.

기후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현청(영어 일어)=www.pref.gifu.lg.jp

△관광연맹(한글)=www.kankou-gifu.or.jp. 058-296-0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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