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 JAPAN!]니가타현/눈… 술… 스키… 雪國이 부른다

  • 입력 2004년 11월 29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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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찾는 외국인의 주된 관심은 도쿄 오사카 교토 나라로 모아진다. 도쿄 오사카는 워낙에 널리 알려진 대도시고 교토 나라는 일본 전통문화의 보고로 일본인에게도 특별히 중요한 곳이니 당연한 일. 그러나 아름다운 일본의 풍경이나 일본인다운 생활모습을 보려면 각기 다른 색깔로 살아가는 지방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도호쿠(東北)지방 남쪽의 동해와 산악에 면한 에치고(越後·후쿠시마 야마가타 미야기 니가타현)와 우에쓰(羽越·아키타 야마가타 니가타현)지방은 좀 특별하다.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풍성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이곳의 생활은 현대인에게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에치고, 우에쓰 지방에서도 남쪽 니가타현은 도쿄에서 신칸센 열차로 2시간 거리로 가까워 들르기에도 좋고, 2시간 거리의 한국과는 직항편이 주5편이나 오가는 곳이어서 일정잡기에도 좋다.

○ 설국의(雪國) 고향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 펼쳐졌다. 밤의 밑바닥이 하얗게 변했다.’

유자와 온천 부근의 산악은 일본 최고의 스키휴양지로 나에바 묘코고원 등 모두 85개의 스키장이 있다. 조에쓰고쿠사이 스키장에서 바라다 본 니가타의 설산. -조성하기자

일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소설 ‘설국’의 첫 대목이다. 여관에 장기투숙하면서 글쓰기를 좋아했다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찾은 곳은 지금은 스키명소가 된 유자와의 작은 온천마을. 험준한 산악의 유자와로 가려면 도쿄에서 우에쓰 선 기차를 타고 군마와 니가타 두 현의 경계가 되는 거대한 산악의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길이가 장장 9.7km나 되는 시미즈 터널인데 소설 첫 구절에 나오는 바로 그 터널이다.

지난달 지진 와중에 가와바타가 설국을 집필했던 여관 ‘다카한(高半)’도 약간의 피해를 봤다는 보도가 있었다. 1월 취재차 다녀온 곳이기도 해 걱정이 되어 물었더니 컵이 몇 개 깨지고 벽에 금이 약간 갔을 뿐이라며 괜찮다고 했다.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70년이 지난 지금 건물은 목조에서 콘크리트조로 바뀌었어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여관 2층에는 당시 집필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찾아가기=도쿄에서 주에쓰 신칸센을 타고 에치고유자와 역에서 하차. 숙박비는 1박(2식 포함)에 1인당 1만2000∼1만5000엔.

○ 일본 술의 고향

니가타시의 후루사토무라(향토기념관)에 마련된 청주 판매 코너. 청주의 명산지 니가타에는 99개의 양조장이 있다. -조성하기자

니가타현의 지도를 보노라면 혼슈와 그 모양이 흡사함에 놀란다. 북서쪽만 바다(동해)에 접할 뿐 나머지는 산악에 둘러싸인 형국으로 북동쪽은 에치고 산맥 , 남동쪽은 미쿠니 산맥과 조신에쓰 산맥, 그리고 저팬알프스 등이다.

니가타의 눈은 바로 이 바다와 산악의 합작품. 바다의 다습한 공기가 산악에 부딪쳐 상승하면서 많은 눈을 내린다. 그 눈이 녹아 강을 이뤄 바다로 흘러들기 마련. 일본 최고로 손꼽히는 니가타 청주와 ‘니가타 고시히카리’ 품종 쌀은 바로 이 물로 태어난다. 일본 최고라는 ‘니가타 고시히카리’ 쌀이 나는 곳은 니가타, 다카다 평야. 이 쌀알을 깎아 눈이 녹아 스며든 지하수로 술을 빚으니 그것이 일본 명주로 손꼽히는 ‘구보타’ ‘고시노칸바이’다. 현내는 무려 99개의 양조장이 있다.

◇사케노진 전통술 페스티벌=니가타현 한국사무소 홈페이지(www.niigata.or.kr)에 문의. 02-773-3161

○ 유키 마쓰리의 고향

‘유키 마쓰리’(눈축제)하면 모두들 홋카이도의 삿포로를 떠올린다. 그러나 도카마치(시)도 삿포로와 같은 해(1950년)에 시작했으니 역시 원조다. 오히려 일주일 먼저 시작했으니 굳이 누가 먼저냐를 따진다면 당연히 도카마치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도카마치는 소설 ‘설국’의 무대인 다카한 여관이 있는 에치고유자와 역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소박한 농촌. 2월 축제장을 찾았을 때 온 시내가 각지에서 온 일본인 여행자로 붐볐다. 여기 눈 축제는 삿포로의 것과 여러 면에서 달랐다. 초대형 설상이 수백m의 오도리 공원과 드넓은 마코마나이 자위대 연병장을 뒤덮는 화려한 삿포로와 달리 도카마치 고교 운동장과 산중턱 공터 등 자그만 도시의 20여곳에서 소박하게 펼쳐진다는 것.

○ 스키의 고향

니가타의 유자와 온천을 찾던 날. 거대한 산악으로 둘러싸인 이 계곡을 자동차로 달리면 주변 풍광과 지형이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티롤 주에 있는 아를베르크 계곡을 꼭 닮았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아를베르크는 티롤의 주도 인스브루크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티롤 알프스의 깊은 계곡으로 상트안톤, 상트크리스토프, 레흐 등 세계적인 스키마을이 있는 스키장 지역. 그중 상트안톤은 알파인 스키가 최초로 태어난 곳이다.

1911년 오스트리아의 한 군인이 일본에 스키를 가져와 전파할 때 여기 유자와의 산악을 찾은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고향과 너무도 닮은 지형과 풍경, 그리고 풍부한 눈 때문. 그는 테오도르 폰 레르히 대령으로 지금은 그의 동상이 이 산을 지켜보고 있다.

니가타현의 스키장은 총 85개. 그중 최고는 나에바다. 다케노코 산(1789m) 북동사면의 슬로프에는 리프트 38개에 스키트레일이 28개다. 정상 부근에서는 10월 하순부터 제설된 눈으로 스키를 탄다. 야간스키도 있다. 스키장 정보는 니가타현 한국사무소 홈페이지 참조.

니가타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홈페이지 △니가타현 한국사무소(한글)=www.niigata.or.kr △유자와온천·묘코고원(일본어)=http://e-yuzawa.gr.jp △가라유자와 스키장(일본어)=www.gala.co.jp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한글)=www.jnto.go.jp 한국사무소 02-732-7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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