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철 목사 일대기 발간 “여보, 따뜻한 숭늉 한그릇…”

  • 입력 2004년 10월 21일 19시 03분


일제강점기인 1944년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일제에 저항하다가 고문 끝에 숨진 주기철 목사의 순교 60주년을 맞아 그의 4남 주광조씨(72·영락교회 은퇴장로·사진)가 책 ‘More Than Conquerors: 나의 아버지 순교자 주기철 목사’을 펴냈다. 해외에서도 보급하기 위해 책을 영한대역으로 만들었다.

주 목사는 평양 산정현교회 주임목사로 있던 1936년부터 신사참배 반대 및 기독교 신앙 수호운동을 펼치다 다섯 차례 투옥 끝에 1944년 4월21일 평양형무소에서 숨졌다. 당시 48세였다.

이 책에는 순교 당시 주 목사의 일화들이 생생하게 소개돼 있다. 1940년 겨울 평양경찰서에서 모진 고문을 받던 주 목사는 부인 오정모씨가 솜옷을 지어 가자 “왜 옷에 솜을 넣어 나를 괴롭히느냐”며 하소연했다. 고문을 받아 흘린 피와 고름이 바닥으로 흘러내리지 않고 두터운 솜에 스며들어 추위에 어느 바람에 몸을 움직일 때마다 상처 입은 피부가 언 옷에 쓸려 고통이 컸던 것이다.

순교 하루 전인 4월20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주 목사가 간수의 등에 업혀 부인을 만난 뒤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여보, 나 따뜻한 숭늉 한 그릇 먹고 싶은데…”였다.

1937년 평양 목사관 서재에서 아버지 주기철 목사의 품에 안긴 저자 주광조 장로(당시 5세). 사진제공 주광조 장로

저자인 아들 주씨는 “가족의 입장에서 아버지 주기철 목사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아버지처럼 하나님 앞에 자신을 희생하며 불의에 저항할 줄 아는 크리스천들이 이 시대에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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