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圈, 동아·조선 비난]지지층 결집노려 비판언론 공격

  • 입력 2004년 10월 20일 18시 39분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해찬 국무총리. -원대연기자
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해찬 국무총리. -원대연기자
이해찬(李海瓚) 총리의 ‘동아 조선은 역사의 반역자’라는 원색 발언에 뒤이어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이 20일 ‘시대착오적 여론오도’라며 두 신문에 사죄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여권이 두 언론을 향한 총 공세에 나섰다. 여권 핵심의 한 사람인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민주세력 총결집’을 촉구했다. 마치 ‘언론과의 전쟁’이라도 선포하는 듯한 기세였다.

여권 핵심인사들이 일제히 두 신문을 타깃으로 삼아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모습은 지난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 이후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이부영 의장,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앞 다투어 폐지의 당위성을 주장한 과정과 흡사하다.

필요할 경우 여권의 핵심포스트들이 호루라기를 불면 스크럼을 짜듯 당력을 기울여 호응하는 방식이다. 당시에도 이 의장은 노 대통령의 발언직전까지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노 대통령의 발언 이후 폐지론의 선두에 섰다.

여권이 정제되지 않은 언사를 동원해 동아 조선을 과녁으로 삼은 데는 적지 않은 ‘전략적’ 포석이 가미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권이 위기 때마다 활용해온 ‘표적 설정→지지세력 총결집→정면 돌파’의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여권은 지금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 처리를 앞두고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에 처해 있다. 국보법 폐지에 대한 반대여론, 한나라당 반발,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개혁연대 이탈’ 등 첩첩산중이다. 여권은 전통적 개혁지지층의 결집만이 꼬일 대로 꼬인 현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첩경으로 보고 있다. 4대입법에 여권이 목을 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아 조선이라는 ‘타깃’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전선(戰線)을 ‘선-악’ ‘개혁-수구’로 단순화 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듯하다.

청와대 역시 여권 인사들과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 이 총리의 베를린 발언에 앞서 18일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듯 일부 보수언론의 정부 비판을 반박한 글을 ‘청와대 브리핑’에 실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실장은 이 글에서 “선거가 끝나고 나면 우리 사회는 대부분 다시 기득권 세력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고, 개혁 작업이 시작되면서 기득권의 반발이 거세져 (대선 때 노 대통령에게) 표를 찍었던 사람들에게까지 일종의 회의론이 나타나게 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편 이 총리가 동아 조선을 비난한 이면에는 정권에 비판적인 두 신문의 영향력을 강제로 축소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열린우리당이 20일 제출한 ‘정기간행물 등록에 관한 법 개정안’이 주요 신문의 점유율을 제한하고, 신문사의 발행부수와 광고료 등 경영실태를 정부에 신고하도록 한 것 등은 실질적으로 두 신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과 언론계에선 많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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