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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20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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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정부 여당이 선거로 집권했다는 이유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해야 민주정부다. 자유민주주의 헌법은 언론의 자유가 기본권 중에서도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정부가 하는 일을 알릴 의무가 있고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정부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국민이 정부의 잘잘못에 책임을 물을 게 아닌가.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서 정부에 관한 정보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 그 언론에 정부 비판은 말라는 법은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법이나 다름없다. 국민의 감시와 견제 없이 정부 여당 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정보 암흑시대’ ‘개혁 독재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가 여당의 신문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 제한은 국민이 가장 많이 보는 신문을 제재하겠다는 뜻이다. 독자의 자연 증가를 막는 법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편집위원회와 편집규약을 법제화한 나라도 없다. 편집권을 법 조항에 넣는 순간부터 언론 통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경영자료 보고는 공기업과 정부의 인허가(認許可)를 받는 재단법인 사단법인만 하는 일인데 신문사의 경영자료를 보고하라니, 현 정권은 신문사를 인허가 기관처럼 만들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가.
자유로운 언론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신문악법은 특정 신문사 압박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권위주의적, 억압적 통치로 갈 전조(前兆)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합법적 권력도 남용될 우려가 있는 터에 감시견 없이 ‘애완견’만 키우는 정부가 어떤 전횡(專橫)을 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해찬 총리가 동아 조선일보를 비난한 데 이어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도 “두 신문이 시대적 추세를 거스른다”면서 이 법이 특정 신문을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시대를 거스르는 것은 다름 아닌 정부 여당이다. 세계가 민주주의와 글로벌경제 속에서 성장에 매진하는데 이 나라 정부 여당만 ‘개혁’이란 명목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후퇴시키고 있다.
신문도 잘못이 있으면 법대로 처리되어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신문은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특정 신문에 대한 현 정권의 적개심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와 언론자유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 현 정권의 정치적 의도가 깔린 ‘신문 악법’은 당연히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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