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공연을 팝니다”…홍보-판매 일석이조

  • 입력 2004년 10월 4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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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현대홈쇼핑에서 방영된 ‘미녀와 야수’ 공연 상품 판매 장면. 사진제공 제미로
1일 밤 현대홈쇼핑에서 방영된 ‘미녀와 야수’ 공연 상품 판매 장면. 사진제공 제미로
“오늘은 브로드웨이 대작을 한 편 만나보겠습니다. 12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죠. 뮤지컬 ‘미녀와 야수’가 오늘 소개해 드릴 공연 상품입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모스크바 로열 아이스 서커스 공연, 오늘은 저희 홈쇼핑을 통해 만나보세요.”

이제는 공연 상품도 ‘홈쇼핑’ 리스트에 올랐다.

1일 밤 현대홈쇼핑 채널은 뮤지컬 ‘미녀와 야수’, 우리홈쇼핑은 ‘모스크바 로열 아이스 서커스’의 티켓을 판매했다. 추석 연휴에는 ‘앙드레 류 내한공연’이 현대홈쇼핑에서 상품으로 소개됐다.

10월 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되는 러시아 키로프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와 11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도 홈쇼핑 판매가 확정된 공연들.

이처럼 공연이 홈쇼핑에서 ‘상품’으로 자리매김된 것은 9월 12일 뮤지컬 ‘미녀와 야수’가 처음 현대홈쇼핑에 등장해 ‘대박’을 터뜨리면서부터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인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가 출연해 작품 해설을 곁들이며 50분간 공연 관람과 호텔 숙박을 포함한 ‘호텔 패키지’ 등을 소개하자 3억원어치에 해당하는 3000장이 팔렸다.

최근 판매한 ‘앙드레 류’ 공연에도 2500건의 콜(주문 상담전화)이 이어졌고, ‘아이스 서커스’도 2000건의 ‘콜’을 받았다. 이는 일반 상품의 평균 콜(1000∼1500건)보다 훨씬 높은 수준.

소비자들이 홈쇼핑 구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20∼40% 할인된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제작사는 판매와 홍보를 동시에 하면서도 기존 20, 30대 젊은 여성 관객층 외에 중장년층 등 새로운 관객을 흡인할 수 있다.

‘미녀와 야수’의 제작사인 제미로의 박형진 마케팅 팀장은 “숙박 패키지는 30%가 지방에서 판매돼 문화 욕구를 가진 지방 잠재 관객이 상당수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스 서커스’의 홍보 담당 임유진씨는 “홈쇼핑은 인터넷을 못하는 중장년층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공연 상품’을 처음 기획한 현대홈쇼핑의 상품기획자인 송원엽 대리는 “공연 상품은 매출 제고, 신규 고객 창출, 회사 이미지 제고라는 세 가지 방영 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는데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연 상품은 날짜, 시간, 관람 인원, 좌석 위치 등 예약 조건이 모두 달라 자동주문전화가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전화로 일일이 상담해야 한다.

원종원 수원대 신방과 교수는 “홈쇼핑을 통해 일시적인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안정적인 문화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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