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강원 된장마을 ‘메첼’ 웰빙캠프를 가다

  • 입력 2004년 9월 6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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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이 화두가 되면서 웰빙을 추구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요가, 기(氣) 수련 등으로 심신을 가다듬는가 하면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음식 의류 아파트 모든 것에 ‘웰빙 기준’이 적용된다.

웰빙 개념이 도입되면서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게 변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각종 테마여행의 ‘웰빙화’. 짧은 시간에 가급적 많은 곳을 숨가쁘게 둘러보기 바빴던 기존의 여행 풍속도가 바뀌고 있는 것. 느리게 자연을 음미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웰빙 체험’으로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아닷컴(http://camp.donga.com)과 웰빙 체험 전문 여행사 레스포넷이 11월까지 진행하는 캠프에 첫 팀원으로 참가해 웰빙 체험을 함께했다. 02-318-4700》

○ 차와 인생

지난달 28일 오후 3시 강원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 두타산 자락에 위치한 ‘된장 마을’의 된장 간장 공장이자 농가인 ‘메첼(메주와 첼리스트·www.mecell.co.kr)’ 내 다방(茶房).

①동아닷컴과 레스포넷이 최근 마련한 '웰빙 체험 캠프'에서 '메첼'의 사장 도완녀 선생(왼쪽)이 개량 한복을 입고 첼로 연주를 하는 것을 참가자들이 감상하고 있다. ②'근심 걱정을 모두 나뭇가지에 담아 모닥불에 태워 버리세요.' 참가자들이 나뭇가지를 태우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정선=구자룡기자

바닥은 꺼칠꺼칠한 멍석이 깔려 있어 엉덩이가 배긴다. 하지만 다섯 살짜리 채연이부터 70대 후반인 김점순 할머니까지 서울에서 온 ‘웰빙 체험 캠프’ 참가자 31명은 벌써 2시간가량 차분히 앉아 있다. 이들은 강사 도완녀 선생(51·여)의 ‘차와 인생’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는 것.

‘곡우 전에 땄다고 해서 우전차(雨前茶), 참새 혀처럼 생겨서 작설차(雀舌茶)라고도 하는 이 차는 세 번 우려 마시는데 한 잔은 어린 시절의 꿈을, 둘째 잔은 청장년기 정열적으로 일할 때의 기쁨을, 세 번째는 노년기에 인생을 관조하는….’

“가끔씩 유서를 써서 몸에 지니고 다니면 마음이 그렇게 풍요롭고 평안할 수가 없지요.”

낮은 목소리로 이어지는 도 선생의 강의. 아침 일찍 출발해 서울에서 4시간여 버스를 타고 온 곳이라 피곤할 듯도 한데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표정은 진지하고 편안하다.

○ 숲에서 자연과 하나 되기

강의가 끝난 후 10여m 높이의 잣나무가 무성한 숲에서 맨발로 걸었다. 때로는 딱딱하고 때로는 삭은 나뭇잎으로 양탄자처럼 부드러운 숲 속 맨땅을 걸으며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숲의 끝에 있는 맑은 시냇가. 이곳에서는 슬픔과 괴로움을 작은 돌에 담아 물에 던지는 ‘의식’을 치렀다. 그래도 남은 근심 걱정은 주워 온 나뭇가지에 실어 모닥불에 태워 버렸다. 간단한 기 수련도 곁들여졌다.

○메주와 첼리스트 도완녀 선생

도 선생은 ‘메첼’의 대표. 기자에게 “메첼에는 몸에 좋은 간장 된장 그리고 다양한 추석용 선물세트가 있다”고 말할 때는 영락없는 회사 사장님이다. 하지만 그는 1989년부터 이곳에서 가난한 ‘된장 마을’ 사람들의 소득을 높여주기 위해 간장 된장을 만들어 팔고 있다. 그의 공장을 찾아온 손님들 중 그의 말에 푹 빠지는 사람이 늘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장님이자 ‘인생 강사’가 됐다. 대학이나 기업체에서 그를 초대하는 곳도 많아 그는 한 해에 5만명가량에게 ‘자연과 된장의 삶, 그리고 첼로 음악’을 전한다.

그는 열 살 때부터 첼로를 켜기 시작했으며 서울대 음대를 나와 독일에서 유학하기도 했다. 방문객들에게 강의와 함께 첼로 연주도 해준다.

도 선생이 평범한 필부이면서도 깊은 ‘자연의 삶’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음성 꽃동네 등 다양한 곳에서 해 온 오랜 봉사활동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또 조계종 초대 교육부장을 지낸 돈연 스님(58)과 10여년 전 결혼한 후 많은 정신적 감화를 받은 것도 마음의 깊이를 깊게 했다고 주위에서는 말한다. 마당에 줄지어 놓여 있는 크고 작은 3200여개의 항아리와 짙은 메주 냄새가 ‘메첼’을 찾는 이를 푸근하게 한다.

○ ‘웰빙 체험-미래의 콘셉트’

캠프에 참가한 사람들이 잣나무 숲을 맨발로 걸으며 자연과 하나됨을 체험하고 있다.-정선=구자룡기자

이날 체험 캠프의 마지막 순서는 첼로 연주와 명상. 일부 참가자들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오전 3시까지 가게를 하다 아침에 서둘러 나와 캠프에 참가했다는 박진여씨(36·여·인천 계양구 효성동)는 “따분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차분히 나를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윤봉하씨(61·자영업·서울 관악구 봉천동)도 “막혀 있던 속이 트인 느낌”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네스포넷 이승주 팀장은 “관광 오락 등이 없이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연과 하나되는 ‘웰빙 체험’이 앞으로 여행의 새로운 흐름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여행사들도 이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강원 둔내 자연휴양림의 통나무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에는 충북 ‘상수 허브랜드’에서 갖가지 꽃과 풀의 향기에 흠뻑 젖었다.

○ 기타 ‘웰빙 테마 여행’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테마 여행 형식으로 웰빙프로그램 상품을 마련하고 있다.

투어익스프레스의 ‘포도와 와이너리’ 프로그램은 국내 최대 포도 생산지인 충북 영동에서 포도 따기, 와인 숙성 창고 견학, 와인 시음 등을 하고 상수 허브랜드를 들른다. 이 업체는 가을에는 충남 논산에서 고구마 캐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하나투어는 전남 보성의 녹차밭을 산책하는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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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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