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전용 카지노 추가]“이용객 줄었는 되레 늘리다니…”

  • 입력 2004년 9월 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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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까지 서울과 부산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새로 허가된다.

정동채(鄭東采) 문화관광부 장관은 3일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를 통해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관광수지를 개선하며 카지노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울과 부산에 외국인만 출입할 수 있는 전용 카지노를 추가로 허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신규허가는 1994년 이후 처음. 현재 국내에는 서울 부산 인천 설악산 경주(각 1개) 및 제주(8개)에 13개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영업 중이다.

정부는 11월 말까지 카지노 허가 신청이 접수되면 심사를 거쳐 연말까지 최대 3개(서울 2개, 부산 1개)의 허가대상을 확정해 내년 하반기 중 개장하도록 할 계획이다. 신규허가 과정의 투명성과 공익성을 위해 허가대상은 한국관광공사와 그 자회사로 한정된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추가허가는 지난 10년간 ‘뜨거운 감자’였다. 정부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허가해 준 것은 1994년이 마지막. 이후 ‘외래 관광객 140만명 증가’라는 시장의 변화로 신규허가를 내줄 만한 여건이 갖춰졌지만 파라다이스그룹 전낙원씨 탈세사건(1993년) 이후 카지노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새로 허가키로 한 것은 호텔업계의 로비, 새로이 부상하는 중국의 카지노 관광객을 흡수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청, 늘어나는 국제관광수지 적자 등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비판적인 견해도 많다. 첫째, 카지노 수를 늘린다고 해서 관광달러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업체간 경쟁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오(李珍旿) ‘도박산업 규제와 개선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현재의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라고 말했다. 1995년 63만2000명이던 카지노 이용객은 2003년에 63만명에 그쳤고 카지노 점유율은 14%에서 12%로 오히려 줄었다는 것.

둘째, 신규허가를 대도시로 한정한 것은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대자본을 앞세운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리조트 카지노 건설이 국제 카지노 시장의 대세인 마당에 ‘도심 카지노’로 사업 방향을 정한 것은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조치라는 것.

도심의 특급호텔이나 컨벤션센터 내 시설을 활용하는 도심형 카지노는 워크인 고객(재미삼아 들르는 심심풀이 도박고객)보다는 하이롤러(고액도박자)를 위주로 한 VIP마케팅을 하게 돼 지금까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또 도심에 2개의 카지노를 허가할 경우 외국인 전용이라 해도 내국인에게 노출돼 도박에 대한 욕구를 자극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원기준(元基俊·광산지역사회연구소장) 목사는 “강원 정선 영월 태백 삼척 등의 폐광지역 청소년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강원랜드 설립 후 도박에 관한 관용도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지역 8개 카지노업체로 구성된 ‘카지노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위원회’(위원장 윤희창·한국카지노협회 상근부회장)는 3일 정부의 신규 카지노 허가 방침에 대해 반발했다.

이 위원회는 이날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무분별한 허가에 앞서 고사 직전에 있는 제주지역 카지노산업을 회생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밀집된 제주지역의 경우 2001년 24억원, 2002년 158억원, 2003년 188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파산위기에 몰렸다”며 “카지노 산업 회생을 위해 내국인 관광객의 카지노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또 “내국인 관광객의 카지노 출입허가가 힘들 경우 제주지역 카지노 4개의 영업권을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해 서울 2개소 가운데 1개소로 이관해 영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회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휴업 및 폐업, 상경투쟁 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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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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