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일자리를… 그러나 자칫하면…

  • 입력 2004년 8월 16일 18시 26분


《국내 취업난이 사상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해외 취업을 꿈꾸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관심을 끌기 시작한 해외 취업은 2000년을 고비로 한풀 꺾였으나 최근 들어 희망자가 외환위기 때의 2, 3배에 이를 정도로 붐이 일고 있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김모씨(27)는 “졸업 전부터 수십 차례 이력서를 냈지만 취직에 실패했다”며 “동남아든 어디든 일자리만 있으면 주저 없이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1998년부터 무료로 해외 취업을 알선해 주고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외환위기 때인 1999년 1만3401명까지 늘었던 해외 취업 구직 등록자는 2001년 5520명으로 줄었으나 올해 7월 말 현재 2만2091명으로 급증했다.

인터넷 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해 말 남녀 취업준비생 13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90.1%(1220명)가 ‘기회 있으면 해외에서 취업하고 싶다’고 답했다.

산업인력공단 권영선(權榮先) 차장은 “지방대생의 경우 학연이나 인맥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도 해외 취업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취업 희망자가 늘어나면서 이를 노린 알선업체에 속아 수백만원에 이르는 수수료만 날리거나 다급한 마음에 관광비자를 받고 출국했다가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알선업체의 소개로 대만의 공사현장에서 일했던 박모씨(31)는 최근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쫓겨나듯 귀국했다. “몇 달만 일하면 취업비자가 나온다”는 말만 믿고 관광비자로 출국했다가 낭패를 본 것.

이모씨(30·여)는 2002년 말 미국의 한 호텔에서 일하기 위해 국내 모 취업센터에 지원서를 냈다가 출국도 못하고 200여만원만 날렸다. 이씨는 “돈도 돈이지만 업체 말만 믿고 기다리다 나이 제한에 걸려 다른 곳에 취업도 못하는 등 취업 기회까지 놓친 것이 더 큰 피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이씨와 비슷한 이유로 수백명으로부터 환불 요청을 받았으나 업체 대표 김모씨는 회사를 정리한 뒤 현재 다른 이름의 해외 취업 알선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무등록 업체들에 우려를 표시하며 “돈을 먼저 내라” “일단 관광비자로 나가자”라고 하는 업체는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차장은 “어느 나라든 취업비자가 쉽게 나올 수 없다”며 “더욱이 단순노무비자는 접시닦이, 청소 등 3D업종만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취업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이나 노동부에 등록돼 있는 국외유료직업소개업체를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김수연씨(고려대 중문과 4년)와 박현석씨(연세대 영문과 3년)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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