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단 진보-보수 뜻깊은 만남…강원용-옥한흠 목사 대담

  • 입력 2004년 6월 2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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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용 목사(왼쪽)가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말하는 동안 옥한흠 목사가 경청하고 있다. 강 목사는 “진정한 종교간 화합은 사랑, 자비, 살신성인 등 자신의 교리를 받들어 ‘죽어가는 사람을 고치는 현장’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제공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강원용 목사(왼쪽)가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말하는 동안 옥한흠 목사가 경청하고 있다. 강 목사는 “진정한 종교간 화합은 사랑, 자비, 살신성인 등 자신의 교리를 받들어 ‘죽어가는 사람을 고치는 현장’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제공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개신교의 진보 교단을 대표하는 강원용 목사(87)와 보수 교단의 지도자인 옥한흠 목사(66). 두 목사의 흔치않은 만남이 21일 경기 안성 사랑의 교회 수양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수련회에서 이뤄졌다. 교계에서 존경받는 두 목사의 만남은 1시간 동안 최근 교회 내의 일치운동과 보수-진보 논쟁, 사회의 반(反)기독교 움직임 등에 대해 옥 목사가 질문하고 강 목사가 답변하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

▽옥한흠=40년간 한국 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대선배로서,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에큐메니컬(교회일치) 운동을 해온 지도자로서 한국교회의 일치운동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은….

▽강원용=성경을 오늘의 상황에서 재해석해 적용해야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된다. 루터, 캘빈, 웨슬리 등 교단을 세운 사람들이 가졌던 개혁정신을 되살리느냐가 관건이지 교단에 집착해선 안 된다. 또 ‘개인 구원’(보수)과 ‘사회 구원’(진보)을 나눠서도 안 된다. 그리스도는 내 안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이웃과 사회, 그리고 전 우주에 있다. 나와 내 이웃은 둘이 아니다. 한국교회는 단순한 일치를 넘어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일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옥=개인 구원에 머물러서도 안 되고 사회 구원에 갇혀서도 안 된다는 강 목사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보수 쪽에선 성경의 진리를 강도 높게 주장하지만 사회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교회가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있다.

▽강=인간이 불완전하다고 인정하는 종교가 기독교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옳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하나님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죄다. 상대 안에도 하나님의 역사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옥=17대 국회의원 중 기독교인이 110명이고 청와대 등 요직에 기독교인이 많다. 그러나 사회는 썩어가고 가치관이 흔들린다. ▽강=교회는 에클레시아(모여서 예배하는 것)와 디아스포라(나가서 사랑을 펼치는 것)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예배에 출석해 헌금을 잘 내는 신도만 만들어선 안 된다. 진정한 신자는 자기 욕심을 버리고 사회에 나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목사가 이걸 훈련시켜야 한다. 국회의원 중에 진짜 신자가 있어야 한다.

▽옥=평신도를 제대로 훈련시키지 못한 목회자의 잘못이 크다고 느낀다. 최근 반기독교 세력이 교회와 목사를 비판하는 일이 잦다. 교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강=가장 나쁜 것은 그리스도에 반대하는 세력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내세워 자기 욕심을 채우는 일이다. 상대방이 나를 비판하면 내게 무슨 잘못이 있나 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대담이 끝난 뒤 옥 목사는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그리스도에 충실한 강 목사의 말씀에 많은 도전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목사는 400명 목사의 기립박수 속에 자리를 떴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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