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청바지 입은 오페라’…오페라 20편 뜯어보기

  • 입력 2004년 5월 28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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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입은 오페라/문호근 지음/432쪽 2만원 개마고원

6월 5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의 막이 오른다. 저자의 안내를 받아 이 오페라 3막으로 미리 가 보자.

남자 주인공 카바라도시가 처형을 앞두고 부르는 노래, ‘별은 빛나건만’. 어떤 내용일까? 별빛을 바라보며, 삶을 돌아보고 연인의 행복을 기원하는 노래일까? 사실은, 아니다.

“별은 빛났었고 대지는 향기로웠던 밤, … 오 달콤한 입맞춤, 옷이 떨어지며 내 앞에 드러나던 그녀의 몸, 날 떨게 했었지… 목숨을 이렇게 사랑한 적이 없었는데!”

이럴 수가! 알고 보니 철저하게 육욕(肉慾)적인 노래였던 거다. 왜 죽음을 대면한 처절한 시간에 이런 노래를 불렀을까? 저자는 ‘전통적으로 유럽 사회를 지배하던 사상, 종교, 윤리가 힘을 못 쓰게 됐고, 인간이라는 존재의 동물적인 면을 주목하던 시대의 산물’이 이 오페라였다는 점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오페라사에 남을 대표작 20편의 면면이 이런 식으로 새로운 ‘시대 해석’의 조명 아래 드러난다. 당대의 ‘스토리 뱅크’에서 최고의 이야기들을 골라 썼던 명작 오페라 하나하나의 줄거리가 맛깔 나는 설명 덕분에 손에 잡힐 듯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모든 주역들이 머리를 굴리는 ‘세비야의 이발사’는 이성 만능 시대의 산물이고,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은 전통사회에 침입한 중앙권력과 상업자본의 이야기로 해석된다.

예술의 전당 예술감독을 지냈던 오페라 연출가 고 문호근의 유고를 그의 3주기를 맞아 부인인 정은숙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다시 정리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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