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제2의 마리아 칼라스’와 ‘동양의 대포’ 한무대

  • 입력 2004년 5월 3일 17시 29분


‘마리아 칼라스의 재림(再臨)’으로 불리는 소프라노 루치아 알리베르티(48), 유럽을 중심으로 화려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바리톤 고성현씨(42). 국내외 두 오페라 스타가 한 무대에서 만난다. 한국오페라단이 26∼30일 오후 7시반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도니제티의 ‘라메르무어의 루치아.’

알리베르티는 지난해 9월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가져 국내 팬들과도 낯이 익다. 어둡고 칼칼한 목소리와 창법 뿐 아니라 호리호리한 몸매, 매부리코, 입매마저도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내한공연 당시에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아쉽게도 공연 내용이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번 공연은 ‘리턴 매치’라는 의미 뿐 아니라, 오페라 무대 위에서 그의 진면목을 확인해보는 기회가 될 듯하다. 그의 절절한 연기력까지 칼라스를 닮았다는 평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고성현씨는 2000년 푸치니 ‘토스카’ 출연 이래 4년 만에 국내 오페라무대에 선다. ‘국내 무대가 너무 좁다’는 평을 들어온 그는 그 해 한양대 교수를 그만 두고 유럽 무대로 진출했다. 이후 독일과 이탈리아의 오페라 무대를 누비며 활약해온 그는 풍부한 성량(聲量) 덕분에 ‘동양에서 온 대포’라는 평을 듣고 있다. 박기현 한국오페라단 단장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테너 호세 쿠라와의 합동공연에서 고씨는 성량과 연기력에서 쿠라를 압도해 ‘쿠라의 밤을 훔친 동양의 거인’이라는 극찬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오페라단은 11년 전인 93년 ‘라메르무어의 루치아’를 공연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이번처럼 고씨가 주인공 루치아의 오빠인 엔리코 역으로 출연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폴란드의 소프라노 안나 스미치와 바리톤 최종우씨가 각각 알리베르티, 고성현씨와 더블캐스팅으로 출연한다. 루치아의 연인 에드가르도 역에는 테너 이현, 배재철씨가 출연한다. 3만∼20만원. 02-587-1950∼2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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