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고난’ 붐… 교계 반응 엇갈려

  • 입력 2004년 4월 8일 18시 52분


예수의 고난을 다룬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주목받고 관련 책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예수의 고난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기독교계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제공 20세기폭스코리아
예수의 고난을 다룬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주목받고 관련 책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예수의 고난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기독교계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제공 20세기폭스코리아
‘예수의 고난’을 소재로 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 다양한 관련서적들에 대해 국내 기독교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영화 ‘패션…’에 대해 “성서 그대로” “신도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 멜 깁슨이 예수의 뜻을 저버린 가롯 유다와 같은 역할을 했다는 혹평도 나온다.

‘패션…’은 미국에서 개봉 6주 만에 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한국에서도 2일 개봉된 이래 70여만명이 관람하며 흥행 성공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아울러 출판계에서도 영화 원작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집사재)를 비롯해 서강대 교수인 박종구 신부가 예수 최후의 24시간을 성서에 따라 조명한 ‘어찌하여 나를’(성서와 함께),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50가지 이유를 설명한 ‘더 패션 오브 지저스 크라이스트’(규장), 영화 해설서격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두란노), 영국 BBC방송의 다큐멘터리를 재구성한 ‘예수의 생애’(문학동네) 등 영화 붐에 부응한 책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등을 호의적으로 보는 이들은 침체한 교회를 부흥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대주교는 “모든 천주교인들에게 관람을 권하고 싶을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 부목사는 “기독교 교리의 본질인 십자가와 부활을 영화 이미지로 명확하게 보여줬다”며 “이 영화를 본 신자들 사이에서 미적지근했던 신앙생활에 대한 회개와 반성의 기운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커뮤니케이션연구소 강진구 소장은 “영화나 책에서 나온 예수의 순수하고 참된 모습이 오늘날 혼란스러운 우리 현실을 해결해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가 오히려 예수의 참모습을 왜곡할 수 있다며 경계의 시선을 보내는 쪽도 있다. 크리스챤아카데미 연구원 김진 목사는 “영화에선 고통만 있을 뿐 고난이 없다”며 “예수가 과연 무엇을 위해 죽었는지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한 예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의 참뜻을 드러내지 못하고 자칫 배타적 증오심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목회자협의회 간사 이상화 목사는 “영화의 원작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한 천주교 수녀가 환상 속에서 본 장면을 구술해 쓴 책이기 때문에 성서에 충실하다고 볼 수 없다”며 “멜 깁슨이 보수적 가톨릭 신자인 것처럼 영화는 보수적 기독교계를 위한 자극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규장출판사 편집국장 김응국 목사는 “역사적으로 십자가의 이름으로 이뤄진 갖가지 전쟁도 원래 예수 십자가의 고난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폭넓은 신앙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