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막 오르는 ‘햄릿’의 두 주인공-김영민과 장영남

  • 입력 2004년 4월 7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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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햄릿’에서 오필리어 역을 맡은 장영남(왼쪽)과 햄릿 역의 김영민 씨. 거짓과 폭력으로 점철된 세상과의 대결에서 햄릿과 오필리어는 서서히 미쳐간다.    -사진제공 악어컴퍼니
연극 ‘햄릿’에서 오필리어 역을 맡은 장영남(왼쪽)과 햄릿 역의 김영민 씨. 거짓과 폭력으로 점철된 세상과의 대결에서 햄릿과 오필리어는 서서히 미쳐간다. -사진제공 악어컴퍼니
‘햄릿’이 공연될 때마다 연극계에서는 ‘누가 햄릿을 맡느냐’가 화제다. 이성과 광기 사이를 오가는 청년 햄릿은 남자 배우들이 평생 꼭 한 번 해보고 싶어 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연극열전’ 참가작 중 관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연극 1위로 선정된 ‘햄릿’(극본 노동혁·연출 이성열)에선 꽃미남 햄릿 김영민씨(33)가 등장한다. 23일 개막을 앞두고 김씨와 오필리어 역의 장영남씨(31)를 만났다.

섬세한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 에너지가 돋보이는 김씨는 “워낙 큰 작품인데다 아직 연조가 어려 처음엔 두려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1999년 연극계에 데뷔한 그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서 ‘젊은 청년’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고, 연극 ‘19 그리고 80’에서는 배우 박정자씨와 호흡을 맞춰 호평 받았다.

그는 “마음속으로는 미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도 겉으론 미친 척하고, 그러면서 실제 미쳐가는 햄릿의 광기를 표현하는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출가 이성렬씨는 “기존의 햄릿이 영웅적이고 철학적 분위기를 풍겼다면, 그의 미소년 같은 이미지는 세상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가는 섬세하고 여린 청년을 더욱 실감나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필리어’ 역의 장영남씨는 극단 목화 소속이었으나 장진씨가 이끄는 ‘문화창작집단 수다’로 옮겨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최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극단 여행자의 ‘환’에서 여장남자 역을 맡아 목욕통 안에서 아편을 피우며 목 졸려 죽는 장면을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눈이 크고 예쁘장한 얼굴에 허스키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그녀에게선 소년 같은 중성적 매력도 풍긴다. 올 들어 여러 극단의 작업에 두루 참여해온 그녀는 “그동안 강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젠 좀더 편안해 보이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마치 오누이처럼 닮아 보였다. 김씨가 “영남씨는 나이도 두 살 아래이고, 오빠 동생처럼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 연기하기 편하다”고 하자 장씨는 “오빠의 연기에 대한 고민과 열정은 햄릿을 능가할 정도”라고 답했다.

이번 ‘햄릿’은 원래 4시간에 가까운 원작을 2시간으로 압축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햄릿과 숙부 클로디어스의 대결구도를 원작보다 크게 부각시켰고 햄릿의 어머니에 대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도 강조했다. 오필리어와 오빠 레어티즈의 근친간의 사랑에 에로틱한 표현도 곁들였다. 그래서 무대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햄릿과 레어티즈의 검투 장면에서 무대가 ‘링’처럼 변신하는 등 파격적 무대 연출도 시선을 끈다.

화∼금 7시반, 토일 4시반 8시. 02-764-876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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