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옛집 유족이 기습 철거

  • 입력 2004년 2월 23일 15시 15분


코멘트
청록파 시인 박목월(朴木月·1917~1978)이 말년에 창작활동을 했던 서울 용산구 원료로4가 옛집이 21, 22일 유족에 의해 철거됐다.

서울시는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보존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으나 유족들이 21, 22일 건물을 철거했다"고 23일 밝혔다.

박목월의 장남인 박동규(朴東奎·국문학·문학평론가) 전 서울대교수 등 유족이 다세대 주택을 짓기 위해 건설업체에 의뢰해 건물을 철거한 것.

유족들은 "건물 자체가 그렇게 건축적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닌데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건물을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층짜리 양옥인 이 건물은 1965년 지어진 이래 78년 박목월이 타계할 때까지 거주하면서 '어머니' '경상도의 가랑잎' '사력질(砂礫質)' 등의 작품을 썼던 곳이다.

서울시는 이곳을 보존하기 위해 최근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해 놓았고 문화재청도 이번 주 지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벌일 계획이었다.

시는 특히 유족들이 이달 14일 용산구청에 건물 철거 신고를 낸 것을 확인하고 유족들에게 철거를 보류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였다.

시 관계자는 "등록문화재 지정이나 매입 등을 통해 목월 선생의 옛 집을 보존하려 했는데 유족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철거해버려 너무나 허탈하다"고 말했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서울시가 보존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국문학 교수를 지낸 문학평론가 아들이 건물을 그렇게 손쉽게 철거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아무리 개인 재산이라고 해도 문화계와 서울시 문화재청의 의견을 받아들였어야 했다"고 아쉬워 했다.

디지털뉴스팀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