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베이직'…진실을 둘러싼 거듭된 반전

진실을 둘러싼 거듭된 반전(反轉)을 담은 영화 ‘베이직’(사진)의 취약점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 영화의 제목(‘Basic’·기본)이다. 이 영화는 반전 영화가 갖는 ‘게임의 룰’의 기본조차 무시해 버리기 때문이다. 영화는 속아 넘어간 관객이 재구성할 진실에 관한 어떤 실마리도 남겨놓지 않은 채 그저 “쨘, 놀랐지?” 하는 데만 몰두한다. 결과는 물론 머쓱하다.

웨스트 하사관(사무엘 잭슨)이 이끄는 미국의 특수부대가 파나마의 정글에서 훈련 중 총격전과 함께 실종된다. 두 생존대원 던바와 켄달은 수사담당인 오스본 대위(코니 닐슨)에게 증언을 거부한다. 전직 레인저부대 출신인 하디(존 트라볼타)가 사건해결에 투입되고, 던바와 켄달은 웨스트 하사관이 죽은 이유에 대해 엇갈리는 진술을 한다.

이 스릴러는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두 생존대원의 상반된 진술에 따라 진실이 재구성된다. 그러나 관객에겐 각별한 각오가 필요하다. 하디, 오스본, 켄달, 던바, 파이크, 뮬러, 누네즈, 빌머….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얼굴을 일일이 줄긋고 연결하듯 암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대원들이 속사포처럼 늘어놓는 진술을 따라가기가 벅차다. ‘다이하드’의 존 맥티어넌 감독은 ‘13번째 전사’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에 이어 이 영화에서도 창의력의 고갈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픽션’ 이후 10여 년 만에 재회한 존 트라볼타와 사무엘 L 잭슨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존 트라볼타는 부패와 진정성, 낭만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자신만의 표정연기를 보여준다. 사무엘 잭슨은 흑인 특유의 등락폭이 큰 냉소적이고 섬뜩한 억양으로 특수부대의 몰인간성을 표현한다.

‘글래디에이터’에서 러셀 크로우의 상대역인 루실라 공주로 출연했던 코니 닐슨은 화석화된 캐릭터에 묻혀 질식해 버렸다. 그가 연기한 오스본 대위는 남자들에게 영락없이 속아 넘어가는 할리우드의 ‘무능하고 질투심 많은 미인’의 계보를 잇는다. 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