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밀어 주고…끌어 주고…"대학 같이 가요"

  • 입력 2004년 1월 8일 16시 29분


‘함께’ 대학가기를 추구해 온 ‘우리 대학가자’ 멤버들. 왼쪽부터 권순범, 이수진, 황지원, 김윤형, 문광선.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함께’ 대학가기를 추구해 온 ‘우리 대학가자’ 멤버들. 왼쪽부터 권순범, 이수진, 황지원, 김윤형, 문광선.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 ‘혼자만 대학가면 무슨 재미야. 우리 함께 대학가자~’. 대학입시가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와중에 ‘함께’ 대학에 가자고 깃발을 세운 아이들이 있다.

중고생 참고서 ‘신사고’의 학습 사이트(www.sinsago.co.kr)안에 둥지를 튼 수험생들의 커뮤니티 ‘우리 대학가자’의 멤버들이 그들. 2002년 13명의 수험생으로 시작돼 1기는 대학에 들어갔고 2기는 지난해 말 입시를 치렀으며 최근에는 2004년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16명으로 3기가 구성됐다.

수험생들은 이 사이트에 자신의 학습 수기를 적고 공부방법이 헷갈릴 때마다 서로에게 학습 노하우를 물으며 정보를 공유한다. 자유게시판에 수험생의 고충을 털어놓으면 서로 위로하는 리플들이 꼬리를 잇고 여름, 겨울방학 때는 전국의 친구들을 만나는 오프 모임을 갖는다. 수능을 마친 멤버들이 1년간의 학습 노하우를 살려 후배들을 위한 수능 다이어리를 제작하는 것도 이 커뮤니티의 짧지만 소중한 전통. 1~3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왜 함께 대학에 가야 하는지’를 놓고 한판 수다를 떨었다.》

○ 어떻게 ‘함께’ 대학을 가지?


윤형= 나는 고1때 자퇴하고 혼자 공부했잖아. 너무 힘들었는데 우리 모임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다른 친구에게 배우고 내가 강한 부분은 다른 친구에게 가르쳐주면서 모든 영역에 걸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같아. 슬럼프에 빠졌을 때 게시판에 내 심정을 토로하면 친구들이 리플을 달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줬던 게 많은 힘이 됐어. 수능 직전까지도 시험을 쳐야할지 말지 고민이 많았는데 수진이가 전화로 상담해준 것도 정말 고마웠고.

수진= 그때 내가 독서실에서 전화 받다가 혼난 건 모르지? (웃음) 1,2학년 때까지는 경쟁자가 같은 학교 아이들인데 고3이 되면 전국의 수험생이 다 경쟁자잖아. 우리 모임을 통해서 춘천에 사는 내가 부산의 윤형이, 서울의 순범이랑 친해지고 그렇게 전국 수험생의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

순범= 나 수시 합격한 다음에 수진이 네가 축하메일 보내면서 ‘서울 사는 아이들이 부럽다’고 했던 거 기억나니? 다른 세계의 아이들 같다고. 내 딴엔 너에게 ‘모두 비슷한 처지에 있으니 자신감을 잃지 마라’는 말을 해주려고 노력했는데.

수진= 그럼. 기억나지. 도움 많이 됐어. 우리가 모임에서 공부방법과 수험정보를 함께 나눈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고3을 견디는 자세를 서로 배우고 힘들 때마다 위로해주고 위로 받았던 게 내겐 가장 소중했어. 우리 오프 모임 했을 때 서로 격려의 말을 써주는 롤링 페이퍼 돌렸잖아. 나는 힘들 때마다 그거 읽어보곤 했단다.

윤형= 나도 혼자 공부하면서 전국에서 내가 몇 등이나 되는지를 몰랐고 ‘서울 아이들은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우리 모임을 통해서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고 자신감도 되찾았어. 내 ‘베스트 프렌드’를 꼽으라면 전부 우리 모임 친구들이야. 학교 친구들은 직접적인 경쟁 상대라서 고민을 숨기게 되지만 우리는 모든 걸 다 털어놓을 수 있었으니까.

2기멤버들이 만든 ‘수능다이어리’

○ 수험생 후배들에게

수진= 고3은 고2 겨울방학 때 시작되는 것 같아. 그때 기본서를 중심으로 자신의 메인 텍스트도 만들어 놔야 되고.

순범= 맞아. ‘이번 겨울방학이 내년 성적을 좌우한다’는 말들을 중3때부터 듣잖아. 그래서 흘려듣기 쉬운데 고2 겨울방학은 달라. 이때 해놓은 게 고3때 결과로 나타나니까.

(지금 고2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지원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진다…)

수진= 고2 겨울방학 때만큼 중요한 때가 수능 100일 전 아니니? 그때 우리 반에선 ‘제일 먼저 와서 일일 달력을 뜯어 그 뒷장에 공부하면 수능 대박이 난다’는 말이 돌아서 서로 먼저 달력을 뜯으려고 경쟁하고 그랬어.

순범= 수능 100일 전이 되면 다들 예민해지고 자포자기하는 애들도 늘어나지. 공부를 되레 더 안하는 것같아. 나중에 그러지 않기 위해서도 더더욱 고2 겨울방학이 중요해.

윤형= 나는 수험생들에게 세 가지를 이야기해주고 싶어. 첫째, 지금까지 공부 안했어도 포기하지 말고 1년만이라도 최선을 다해라. 1년 만에 280점대에서 300점대로 성적을 올린 애도 봤거든. 둘째, 학교 수업에 충실해라. 내가 학교를 그만둬봤는데 학교 밖에서 하는 공부는 더 어려워. 지금 만약 검정고시를 준비하려는 아이들이 있다면 말리고 싶어. 공동체를 벗어나면 자기 절제가 정말 어렵거든. 학교가 문제가 많다고들 하지만 학생들이 먼저 바뀌면 학교도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셋째, 슬럼프는 누구나 다 겪는다. 문제는 누가 먼저 그걸 딛고 일어서느냐 하는 거지.

광선= 고2 겨울방학 때는 공부계획 못지않게 자기 목표를 분명히 세우는 게 중요해. 나는 고3때까지 이과였다가 대학은 문과로 가서 좀 힘들었거든. 일찍 목표를 세우고 준비를 했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 학원 다니는 친구들이 “고3 때는 내신에 신경쓰지 말고 수능에 집중해야 된다”고들 하는데 언니, 오빠들 생각은 어때요?

광선= 내신과 수능을 분리시켜 공부하면 더 힘들어. 두 개가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야 돼.

수진= 나도 수능과 내신 공부에 선을 그으면 그 학생은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거라고 생각해. 사실 언어영역 지문을 보면 우리가 공부한 건 수능에 나오지도 않아.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이유는 수능은 ‘사고’를 테스트하기 때문이야. 대학가면 수학이 필요 없지만 그래도 하는 이유는 두뇌를 훈련시키기 위해서인 것처럼.

순범= 내 생각은 달라. 내신에는 정말 문제가 많아. 내신 시험을 볼 때 문제 5배수를 주고 이중에서 나온다고 다 외우라고 하잖아. 수학문제를 아예 풀이까지 외워버리는데 그런 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도움이 안된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 재학생의 딜레마지.

윤형= 그래. 학교 내신이 치사한 게 뭐냐면 외우지 않으면 100점을 맞을 수가 없거든. 수능시험 때도 30문제 푸는데 120분을 주는데 내신은 40~50문제를 줘놓고 30~45분에 다 풀라고하잖아. 천재가 아닌 이상 그걸 어떻게 다 풀어. 결국 전략적으로 자기가 가려는 대학에서 반영하는 교과 과목에 집중하는 수 밖에 없는 것같아.

○ 대학은 왜 가나

광선= 나는 대학에 가길 잘했다고 생각해. 암기식 위주 학습방법에서 벗어나고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교수의 주장을 반박해볼 수도 있고. 사회에 나가기 전에 한번쯤 꼭 거쳐봐야 할 단계야.

순범= 보통 ‘대학이 배움의 전당’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대학 못나오면 대우를 못받는 것이 현실이잖아. 나는 중학교 졸업할 때, 고등학교 다닐 때에도 자퇴하려고 했거든. 학교 교육 전반에 대한 회의가 심했어. 하지만 대학은 좀 다를 것같아. 고교 때까지는 평준화돼서 동네 친구들을 계속 만나는 거지만 대학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잖아. 그 속에서 얻는 게 많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

지원= 대학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잖아요. (모두 지원이를 바라보며 “오옷!~”) 1년 수험생활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지만 내가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를 밟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할래요.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좌담 참가자들▼

▽‘우리 대학가자’ 1기=문광선(20·경찰대 행정학과 1학년)

▽2기=김윤형(19·고교 1년 자퇴·서울대 지원) 권순범(19·배재고3· 한양대 교육공학과 수시합격) 이수진(19·춘천여고3·한국외국어대 지원)

▽3기=황지원(18·서울 대영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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