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여명 ‘미니’ 향린교회 "예수님 닮은 교회는 아름답습니다"

  • 입력 2003년 12월 24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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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중 강남향린교회를 떠나 또다시 교회 개척의 험난한 길로 나서는 김경호 목사. 그는 예수가 이 땅에 오신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끝없는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주훈기자
내년 중 강남향린교회를 떠나 또다시 교회 개척의 험난한 길로 나서는 김경호 목사. 그는 예수가 이 땅에 오신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끝없는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주훈기자
‘작지만 아름다운 교회.’

대형화와 교세 확장이 ‘선(善)’처럼 받아들여지는 개신교 내 풍토에서 서울 송파구 거여동 강남향린교회(담임목사 김경호·47)는 신자 100여명의 작은 교회를 고집한다.

김 목사는 “1993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분리해 나올 때 민중신학자 고 안병무 박사가 ‘예수의 얼굴을 닮은 교회가 되라’고 당부한 말씀을 늘 기억하고 있다”며 “교회의 대형화는 예수의 삶의 실천 대신 교회 조직의 이익을 위한 것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

최근 김 목사는 교회 신자들과 함께 강남향린교회의 10년 역사를 정리한 책 ‘예수의 얼굴을 닮은 교회’를 펴냈다(뉴스앤조이). 이 책에는 목사와 장로 임기제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일부 장로가 교회를 떠난 사건이나 사회참여 문제를 놓고 내부갈등이 생긴 일 등 교회로 볼 때 공개하고 싶지 않은 일도 가감 없이 실렸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 모인 곳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삶의 정신을 집단적으로 실천하는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교회를 끊임없이 갱신해야 합니다. 교회 갱신을 꿈꾸는 사람이 참고할 수 있도록 좋은 일, 나쁜 일을 모두 책 안에 담았습니다.”

강남향린교회는 그동안 송파구 장지동 화훼마을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등 적극적인 지역 활동을 펼쳐왔다. 구호품 전달과 같은 일회적 지원 대신 근본적 생활개선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때로는 구청측과 싸우기도 했다. 그 결과 화훼마을에 수돗물이 들어가고 지역민들의 주민등록도 현 거주지로 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이 교회는 예배방식도 색다르다. 찬송가를 연주할 때 태평소 가야금 등 국악기로 반주하고, 국악찬송도 명동 향린교회와 함께 만들었다. 또 주요 절기나 기념일 예배 때에는 흥겨운 춤판을 벌인다. 기독교는 서양의 것이지만 우리의 정신과 전통을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론에 따른 것. 교회 안에는 국악 반주단과 동호인 모임도 구성돼 있다.

또 담임목사의 70세 정년보장 대신 임기제(7년·한 차례 중임 가능)를 도입하는 등 민주적 교회운영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김 목사는 내년에 강남향린교회를 떠난다. 지난해 교인 88%의 찬성을 받아 분가(分家)하기로 했기 때문.

“1998년 이후 출석 교인 140여명에서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교회가 정체되고 기존 교인들만의 폐쇄적 공동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교인들과 상의해 분가를 결심했어요.”

분가 조건도 독특하다. 김 목사가 직접 개척교회를 맡고 강남향린교회엔 새 목사를 청빙한다. 모(母)교회가 새 교회의 재정과 목사 인선을 통제하는 분점(分店) 형식이 아니라 모 교회와 대등한 교회를 만들기로 한 것. 새 교회는 강남향린교회 교인의 15%, 재산의 20%를 기본자산으로 하되 반경 10km 이내에 세우기로 했다.

김 목사는 “큰 교회나 작은 교회나 하는 일이 똑같아서는 안 됩니다. 작은 교회일수록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과 함께 가야지요. 예수님이 바란 것도 낮은 데로 임하는 교회였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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