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넷 키우기]<7>"너를 위해" "엄마 욕심" 감정 충돌

입력 2003-12-16 16:31수정 2009-09-28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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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큰 애가 서울대 사회과학계열 수시모집에 합격의 영광을 안은 것이다. 서울대 홈페이지에서 떨리는 손으로 합격을 확인하는 순간 왜 그리 눈물이 쏟아졌을까. 큰애의 말처럼 떨어진 것도 아닌데 눈물바람이라니. 그러나 그 눈물바람에 그동안 아이와 함께 하며 쌓였던 온갖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 버린 것 같다. 큰애가 그저 고마웠다.

큰애에게 축하한다는 말은 너무 상투적인 말 같아 “엄마 잔소리를 잘 참아 주어서 고맙다” 고만 했다.

가족이란 서로 사랑하면서도 또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사이라고 했던가. 18년 동안 ‘너를 위해서’라며 아이에게 숱한 욕심을 부렸다. 그 욕심으로 인해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때로는 미워하며 얼마나 서로 가슴앓이를 했는지.

한번은 큰애와 심히 마음을 상한 뒤 친정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 해운대 바닷가에서 하루 종일 파도에 내 욕심을 실어 보냈다. 며칠 뒤 빈 마음이 되어 돌아왔다고 생각했건만 아이를 보자 또 다시 욕심이 앞서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마음을 바꿔먹기로 했다. 끝까지 욕심을 버리지 않겠다고.

큰애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특히 언어 감각이 뛰어났다. 말을 한참 배우는 세 살 무렵 깜찍한 말들을 많이 지어냈다.

아이는 ‘눈 떠, 눈 감아.’라는 말을 아직 배우지 않아 불을 켜고 끄는 데서 착안해 ‘눈 켜, 눈 꺼’라고 신조어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마주보고 누워있는 엄마에게 뜬금없이 “엄마, 바람 좀 그만 피워” 라고 말해 엄마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아이에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엄마 코에서 바람이 많이 나와 얼굴을 간지럽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책 1권을 끈질기게 보았다. 앉은 자리에서 책 1권을 세번 이상씩 내리 보았고, 엄마에게도 몇 번씩 읽어 주기를 요구했다. 그런 독서방법이 아이의 언어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처음엔 같은 책을 왜 계속 읽어 주라고 하는지 의아심이 들었는데 훗날 내가 독서지도를 받으면서 그 의아심이 풀렸다.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기 때문에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고 했다.

큰애는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본 첫 시험에서 전과목 100점을 받으며 단숨에 선두에 나서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큰애와 나의 밀고 당기는 게임이 본격화되었다.

한번 전교 1등을 하였으니 다음에도 1등을 해야 된다는 욕심 때문에 아이에게 공부를 많이 시켰다. 과목당 문제집 1권씩은 풀게 하였고(수학은 2권씩) 아이는 쉽게 쉽게 해결하였다. 그러나 틀린 문제는 아이에게 반드시 다시 풀게 했고 그래도 틀리는 문제는 엄마가 설명해주어 알고 넘어가게 했다.

중학교 2학년까지 그런 식으로 학과공부는 하였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가르쳐주는 것도 쉽지 않아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엄마는 해답지를 보며 아이가 틀린 문제를 공부했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는 출판사에 전화로 문의해 미리 이해를 해두었다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르쳐 주곤 했다.

그러나 항상 엄마의 욕심만큼 공부를 하지 않아 야단을 맞아야 했고 그런 과정에서 감정을 상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큰애는 너무나 착하고 예쁜 딸로 돌아와 있다. 바쁜 엄마 일손을 도와 부엌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는가 하며 엊그제는 “엄마 흰머리가 왜 이리 많아?” 하며 그 예쁜 손으로 흰머리를 뽑아주기도 했다. 아빠 귀 청소까지 해주며 애교를 부린다. 자식 키우는 재미는 바로 이런 것 같다.

조옥남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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