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10월 30일 16시 3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0월 3일 오후 3시19분11초에 김종우군(17)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자신의 아파트 4층 베란다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 왼쪽사진 위 구석에 검은 물체가 보인다. 오른쪽은 검은 물체만 확대한 모습. 전체적으로 솥뚜껑 형태다. 당신은 무엇으로 보이는가. 사진제공 김종우군, 황선구 서울예대 사진학과 교수
평소 노을이나 구름사진을 즐겨 찍던 김군은 이날 중간고사 시험공부를 하다 하늘의 구름이 너무 아름다워 카메라를 들었던 것. 시험이 끝난 6일 김군은 당시 사진을 컴퓨터 화상 프로그램에 정리하다 12번째 사진에 이상한 물체가 찍힌 것을 발견했다.
확대해 보니 좌우대칭이 뚜렷한 검은 물체였다. 평소 미확인 비행물체(UFO)의 존재 여부에 관심이 많던 김군은 7일 오전 사진 파일을 e메일로 동아일보 위크엔드팀에 보냈다.
‘내가 UFO를 찍었을지도 몰라.’
●분석1
위크엔드팀은 한국UFO조사분석센터(KUFOS·www.kufos.net) 서종한 소장에게 사진 분석을 의뢰했다. 서 소장은 1979년부터 한국UFO연구협회 연구부장과 조사부장을 역임한 국내 UFO사진 분석의 1인자. 지난해 KUFOS를 만든 뒤 제보 받은 ‘UFO 사진’을 분석해 왔다.
사진 자체의 조작이나 합성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2명의 전문가에게도 사진 파일을 보냈다. 서울예대 사진학과 황선구 교수와 영화 ‘황산벌’, ‘무사’,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에서 컴퓨터그래픽(CG)을 담당한 김태훈씨였다.
서 소장에게서 먼저 답신이 왔다.
“물체가 사진의 중앙이 아닌 오른쪽 구석에 있는 걸로 봐서는 촬영자가 (사진을 찍을 때) 물체를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 보통 조작 사진은 촬영자가 물체를 봤다고 말한다.”
인위적 합성 여부에 대해서도 서 소장은 “물체 각 부분 색의 농담 정도를 조사했더니 위쪽이 가운데보다 상대적으로 밝고 아래쪽은 다시 어두워졌다. 그날 태양빛의 방향을 고려했을 때 이것은 하늘에 떠 있는 물체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소장은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미국 민간 UFO 조사단체인 ‘상호UFO네트워크(MUFON·www.mufon.com)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1969년 설립된 MUFON은 UFO 조사단체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단체다.
MUFON의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김태훈씨가 분석 결과를 통보해왔다. 부정적이었다.
“물체와 하늘의 경계부분을 자세히 보면 약간의 색 차이가 있는 테두리를 발견할 수 있다. 또 확대해 보면 물체의 질감과 주변의 질감이 차이가 난다. 물체와 하늘이 동시에 촬영된 것이 아니라는 증거다.”
CG 전문가 김씨의 판단을 전해들은 서 소장은 실망과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전까지 서 소장은 “한국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UFO의 형태와는 아주 다른 것이라고 본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분석2
황선구 교수에게서도 통보가 왔다. 그는 판단하기가 어렵다며 그날 김군이 같이 찍은 다른 사진도 함께 보내달라고 했다. 나머지 12장을 e메일로 보냈다.
황 교수는 곧 자신의 분석 결과를 전해왔다. 긍정적이었다. “그래픽 도구를 이용해 사진에 손을 댄 것으로는 분석되지 않았다. 최대한 확대해서 봐도 조작됐다고 보기 어렵다. 90% 이상 오리지널 데이터인 것으로 보인다.”
합성 여부에 대한 의견은 이처럼 엇갈렸다. 유권 해석이 될 수는 없겠지만 MUFON의 분석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서 소장은 황 교수의 의견에 힘을 얻은 듯 “설령 MUFON의 의견이 부정적이라 해도 내 판단을 믿겠다”고 말했다.
MUFON에서 회신이 왔다. 분석은 91년부터 UFO 사진 및 동영상 분석을 담당한 제임스 사이뇨가 맡았다.
“사진 속 구름과 물체의 초점이 같다. 이는 물체가 먼 거리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초점이 일정한 것은 광학현상이나 전기적 손상과는 달리 실재 물체라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MUFON측은 합성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만약 조작을 했다면) 물체와 구름의 초점을 일정하게 맞추는 것과 물체의 밝기에 자연스러운 변화를 주는 것에는 많은 작업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작하기에는) 이 사진을 찍을 이유가 거의 없어 보인다. 결론 내리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실체
김종우군은 “맹세코 사진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 물체는 무엇일까.
MUFON측은 “이 물체는 새인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새인지, 또 어느 각도에서 찍었는지는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 소장은 “새라면 이 물체의 꺾임 부분처럼 날카로운 각이 나올 수 없다. 또 이처럼 완전한 좌우대칭이 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체의 상단은 약간 돌출된 뾰족한 꼭지가 관찰되며 마치 솥뚜껑과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고 하단은 안쪽으로 들어간 냄비 밑바닥 형태의 비스듬한 구조를 가진 인공구조물”이라고 말했다.
UFO임을 주장하는 많은 사진들이 천문현상, 필름 인화 과정의 흠집, 빛과 렌즈의 광학현상, 항공기의 불꽃 등으로 밝혀졌다. KUFOS가 지난해와 올해 10월까지 접수한 110건 중 5건만이 UFO일 가능성이 높은 사진으로 판정됐다.
UFO를 외계인의 탈것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도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최근 한 설치미술가가 UFO의 착륙장을 조성하기도 했다.
서 소장은 “많은 사람들은 UFO가 단지 확인될 수 없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제는 UFO라고 명명된 또 다른 비행물체가 실존하고 있고 그런 물체가 지구 대기권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군은 정말 UFO를 찍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실체는 미확인이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이것은 UFO가 아니다▼

《시민들이 UFO를 찍었다며 한국UFO조사분석센터(KUFOS)에 보내온 사진 가운데 대부분은 광학 또는 천문 현상에 의한 것이다. 이 가운데 UFO 사진으로 오인되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사진제공 KUFOS》
▽불을 뿜으며 이동하는 UFO 같지만 레드플레어 현상이다. 레드플레어는 새벽이나 해질 무렵 높이 나는 항공기의 배기가스가 차가운 대기와 만나 응결현상을 일으키며 붉은색의 긴 꼬리가 나타나는 현상이다.(사진 왼쪽)
▽태양 위로 솟아오르는 UFO 같지만 태양을 마주 보고 찍어 나타난 렌즈플레어 현상이다. (사진 가운데)
▽접시 모양의 UFO가 빛을 내며 수직 상승하는 것 같지만 목성이다. 달 옆에서 반짝이는 행성을 UFO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성이 특히 그렇다. (사진 오른쪽)

▽UFO 편대가 빛을 내며 밤하늘을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렌즈플레어 현상이다. 렌즈플레어 현상은 역광이나 광원의 측면에서 사진을 찍을 때 빛이 카메라 렌즈를 통과하며 굴절과 반사를 일으키는 것. 사진에 표시된 대각선 방향의 원들을 따라가 보면 다리와 도로의 가로등 빛이 반사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진 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