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셰멜 방한 “관객들 상상력 자극하도록 설계”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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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백남준씨와 2005년 경기 기흥에 들어 설 백남준미술관 건립계획을 의논하는 독일 여성 건축가 셰멜(왼쪽). -사진제공 경기문화재단
미국 뉴욕에서 백남준씨와 2005년 경기 기흥에 들어 설 백남준미술관 건립계획을 의논하는 독일 여성 건축가 셰멜(왼쪽). -사진제공 경기문화재단
28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송태호)이 추진하는 백남준미술관(경기 용인시 기흥읍) 건축 설계 국제 현상 공모전에 ‘매트릭스(The Matrix)’를 출품, 1등으로 뽑힌 독일 여성 건축가 키르스텐 셰멜(38)이 방한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오딜 데크, 악셀 슐테츠, 존 핸하르트 등 7명의 심사위원이 55개국의 439개 출품작을 놓고 4차까지 심사를 벌인 끝에 그의 작품을 1등 당선작으로 확정했다. 베를린공대와 취리히공대를 졸업한 그는 1998년부터 베를린에서 설계사무소를 운영해 오고 있다.

그가 이번 공모전에 출품하게 된 계기는 오래 전부터 백남준씨와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독일 카셀 도큐멘타전에 나온 백남준 선생의 작품을 처음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관객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준다는 점에서 내가 추구하는 건축철학과 일치했죠. 특히 서울은 아직도 많은 변화가 진행 중이어서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할 수 있는 전위적 장소입니다.”

그는 2주일 전 뉴욕 소호에 있는 백남준씨의 집을 찾아 미술관 건립 계획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개인적으로 백씨를 만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백 선생이 ‘잠깐 생각해 본 것’이라며 자신이 직접 스케치한 미술관 설계도를 보여 주었다”며 “내 설계도를 보여 드렸더니, 자신의 생각을 잘 살렸다고 말씀하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전했다.

그가 추구하는 공간 철학은 절제미, 창의성을 토대로 관객에게 자유로움을 준다는 것. 이번 미술관 건립에도 이 같은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다.

“동선이 정해져 있는 기존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달리 관객이 주체가 되어 자유롭게 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전시공간도 그냥 바닥이 아니라 곡선 형태로 만들어 마치 산을 오르는 것처럼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작품을 만들어 놓고서야 영화 ‘매트릭스’를 보았다는 셰멜씨는 “내 설계는 영화와 별 관계가 없는데도 사람들이 하도 물어봐서 얼마 전 영화를 보았다”며 “영화를 보니 프로그래밍을 거부하겠다는 주인공의 철학이 내 철학과 일치했다”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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