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건축가 오딜 데크, 악셀 슐테츠, 존 핸하르트 등 7명의 심사위원이 55개국의 439개 출품작을 놓고 4차까지 심사를 벌인 끝에 그의 작품을 1등 당선작으로 확정했다. 베를린공대와 취리히공대를 졸업한 그는 1998년부터 베를린에서 설계사무소를 운영해 오고 있다.
그가 이번 공모전에 출품하게 된 계기는 오래 전부터 백남준씨와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독일 카셀 도큐멘타전에 나온 백남준 선생의 작품을 처음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관객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준다는 점에서 내가 추구하는 건축철학과 일치했죠. 특히 서울은 아직도 많은 변화가 진행 중이어서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할 수 있는 전위적 장소입니다.”
그는 2주일 전 뉴욕 소호에 있는 백남준씨의 집을 찾아 미술관 건립 계획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개인적으로 백씨를 만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백 선생이 ‘잠깐 생각해 본 것’이라며 자신이 직접 스케치한 미술관 설계도를 보여 주었다”며 “내 설계도를 보여 드렸더니, 자신의 생각을 잘 살렸다고 말씀하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전했다.
그가 추구하는 공간 철학은 절제미, 창의성을 토대로 관객에게 자유로움을 준다는 것. 이번 미술관 건립에도 이 같은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다.
“동선이 정해져 있는 기존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달리 관객이 주체가 되어 자유롭게 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전시공간도 그냥 바닥이 아니라 곡선 형태로 만들어 마치 산을 오르는 것처럼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작품을 만들어 놓고서야 영화 ‘매트릭스’를 보았다는 셰멜씨는 “내 설계는 영화와 별 관계가 없는데도 사람들이 하도 물어봐서 얼마 전 영화를 보았다”며 “영화를 보니 프로그래밍을 거부하겠다는 주인공의 철학이 내 철학과 일치했다”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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