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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9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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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백남준과의 인연으로 잘 알려진 현대미술의 신화 요셉 보이스 (Joseph Beuys·1921∼1986).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는 96년에 이어 14일∼11월14일 ‘요셉 보이스 개인전’을 두번째로 개최한다. 설치 조각 작품 11점, 드로잉 30여점 등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79년 보이스의 개인전을 계기로 평생 그와 교유한 안소니 도페의 기획으로 이뤄졌다.
국제갤러리의 디렉터 김은수씨는 “아시아에 관심이 많은 유족들의 도움으로 이번 전시에 대표작들을 대거 선보이게 됐다. 질적 양적 수준이 높아 미술애호가뿐 아니라 미술학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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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가 세상을 떠난 지 10여년이 흘렀지만, 그의 예술 편력은 ‘기행(奇行)’이 아니라 ‘예술과 삶의 일치’를 위한 끈질긴 추구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사후 지금까지 전 세계 100여 도시에서 500회 가까운 유작전이 열렸고, 세계 미술애호가들과 미술관 박물관들은 앞 다퉈 그의 작품들을 사 들이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자서전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갖가지 개인적 상징들로 가득하다. 2차대전 때 독일 공군조종사로 참전했던 그는 비행기사고로 러시아 크리미아 반도 근처에 불시착한다. 사경을 헤매던 그를 구조한 타타르인 유목민들은 화상과 골절로 만신창이가 된 그의 온 몸에 버터를 바르고 펠트 천으로 체온을 유지시켜주었다. 그들은 우유와 치즈를 먹여가며 8일만에 그를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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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의 이 기적적인 생존은 뒷날 신화화되었고 예술작업의 지속적인 모티브가 된다.타타르 인들의 전통적인 치료법으로 회생한 그는 당시 경험으로 물활론(物活論)과 범신론적 세계관을 얻게 되면서 샤먼(무당) 예술가로 거듭난다.
죽음과 회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지방 덩어리’와 ‘펠트 천’을 비롯해 구리, 짐승의 피 등은 그에게 삶과 죽음, 생명의 순환, 상처의 치유, 에너지의 흐름을 상징하는 기본개념이 됐다. 보이스가 추구했던 것은 박제화된 미술작품이 아니라 어떤 물질적 작품 들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연상되는 깊은 사유를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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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자 변한나씨는 ‘샤먼 예술가로서의 요셉 보이스’란 논문에서 “보이스는 자신이 먼저 신병(神病)을 앓고 그 병의 치유를 통해 병든 공동체 전체의 회복을 원했던 ‘20세기 무당’이었다”며 “2차대전 이후 집단적으로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던 세계인들에게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를 소망했다”고 소개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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