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獨동화작가 파울미르 "책읽는 부모 책읽는 아이 만들어

  • 입력 2003년 10월 7일 16시 41분


기차에서 만난 할머니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말짓기 놀이도 가르쳐주는 책 ‘기차할머니’, 온몸에 문신이 새겨진 강아지가 숲속의 왕 사자에게 문신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문신 새긴 강아지’, 혼자 살던 타셴비어씨와 아무 때나 시를 읊어대는 토요의 기상천외한 만남을 다룬 책 ‘일주일 내내 토요일’….

40여편의 동화책 중 10편이 국내에 번역돼 있는 파울 마르(66·사진)는 동화뿐 아니라 시나리오 희곡을 쓰고 삽화를 그리는 다재다능한 작가. 최근 독일문화원 초청으로 우리나라에 온 그의 모습은 깔끔하면서 자애로운 할아버지 그대로였다.

실제로 그는 매주 월요일에 자신을 찾는 손자가 국수를 좋아해 국수를 삶아주고 책을 읽어준다. 미술을 전공한 뒤 교편을 잡다 방송국 단막극 대본을 쓰던 그가 동화작가가 된 것도 당시 다섯 살이던 큰아들 미하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른을 위한 이야기를 쓰는데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하일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들이 모여 ‘문신 새긴 강아지’가 태어났고 서점에서 열린 작가낭독회에서 어린 독자들이 소리지르고 묻고 떠드는 열광적 반응에 매료돼 동화작가가 됐다. 그는 이 데뷔작으로 유럽 최고 권위의 독일 청소년문학상을 탔다.

그러나 정작 그는 책 읽는 것보다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목수 아버지의 눈을 피해 이불 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책을 읽어야만 했다. 그가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준 때문인지 큰아들은 신문에서 책을 비평하고 있고 둘째딸은 간호사, 셋째딸 안네는 동화작가가 됐다. 그는 자녀뿐 아니라 세명의 손자를 잘 관찰해 동화의 소재로 삼는다.

“그러나 역시 동화작가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좋아하고 깊은 결속감을 갖고 있어 그 시절을 그리는 것이 아닐까요. 아내가 심리학자이자 가족치료사여서 아동 및 가족문제를 다룰 때 많은 도움을 받지요.”

동물을 많이 다루는 이유는 동물들이 아이들과 참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그는 ‘아기캥거루와 겁쟁이 토끼’에서처럼 겁이 많다는 것이 부정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권한다. 또 ‘예술가가 된 젖소 글로리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끝없이 노력하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세요. 책을 많이 읽어주면 스스로 책을 읽게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상상력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은 ‘왕자가 숲을 지나고 있다’는 문장에서 저마다 어두컴컴한 숲이나 밝은 소나무 숲을 머리 속에 그리지만 TV에서는 제작자가 만든 숲 하나만 보게 되지요.”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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