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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29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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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화로 투병 중인 유명 서양화가 박수룡(朴洙龍·49·사진)씨가 고생 끝에 간 기증자를 찾았으나 ‘장기 매매’를 의심한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박씨의 경우 병의 진행 속도가 빨라 간 이식 수술이 늦어지면 생명이 매우 위독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1977년 조선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받는 등 기량을 보였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 개인전을 열어 중견화가로 성장했다.
박씨가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 봄. 붓을 들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수시로 혼수상태가 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부인 박정남씨(49)도 간 이식 기증자를 찾아 백방으로 뛰어봤지만 그에게 맞는 간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박씨가 다니는 교회 목사의 소개로 한 30대 남자가 자신의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선 것. 마침 이 남자는 병원 신체검사 결과 간 이식 적합 판정을 받아 박씨는 실낱같은 재기의 희망을 갖게 됐다.
그러나 기증자가 이혼과 사업실패 등으로 생활고에 빠져 있다는 점, 또 두 사람 간에 별다른 친분이 없다는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친인척이 아닌 타인 간의 장기 이식 수술이 이뤄지려면 사회복지사와 병원 직원들로 구성된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최종 허가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재산 문제로 의심을 받을 경우 순수성을 증명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
박씨에 대한 심의를 맡은 병원측 관계자는 “박씨의 경우 재산 관계나 정황을 볼 때 장기 매매 의심을 받을 소지가 충분히 있어 당국의 허가가 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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