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지구기행]태국 푸케트…동굴 끝에는 '낙원'이 있었다

  • 입력 2003년 8월 13일 17시 48분


카약을 타고 통과한 바다동굴의 한쪽 끝 풍경. 외계의 혹성을 연상케 할 만큼 생경한 동굴 밖 라군(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은 억겁세월동안 석회암 섬에서 진행된 침식작용의 결과 형성된 카르스트 가운데서도 특이한 우물 형태의 공간 `홍`(Hong)이다. 조성하기자
카약을 타고 통과한 바다동굴의 한쪽 끝 풍경. 외계의 혹성을 연상케 할 만큼 생경한 동굴 밖 라군(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은 억겁세월동안 석회암 섬에서 진행된 침식작용의 결과 형성된 카르스트 가운데서도 특이한 우물 형태의 공간 `홍`(Hong)이다. 조성하기자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온통 바위뿐. 돌섬 내부로 통한다는 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뒤에 앉은 태국인 가이드는 카약을 움푹한 바위틈에 밀어넣는다.

‘쉬익-’. 공기 주입식 튜브인 ‘인플래터블 시 카약((Inflatable Sea Kayak)에서 바람을 빼기 시작한다. 눈높이가 낮아지고 수면과 바위 사이로 좁은 통로가 보인다.

공간은 카약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비좁다. 둘은 카약 바닥에 드러누운 채 코끝에 닿는 천장 돌부리를 잡고 카약을 섬 안으로 밀어넣는다.

20m쯤 전진했을까. 통로를 빠져 나온 듯하다. 그래도 여전히 암흑천지. 소리 울림으로 미뤄 천장 높은 동굴인 듯하다. 플래시 불빛에 주변이 드러난다. 기둥형, 커튼형의 종유석. 한 벽면은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린 듯 반짝임이 찬란하다. 30m쯤 나아가자 멀리 출구가 보인다. 수면 위로 어른거리는 햇빛, 그 뒤로 어렴풋이 보이는 바깥세상. 광명 천지다.

굴 밖으로 나오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눈앞에 펼쳐지는 신비한 풍경 때문이다. 초록과 하늘색이 뒤섞인 환상의 물빛. 물속 물가를 가리지 않고 뿌리내린 맹그로브(바다에서 군락을 이루는 나무), 물가를 두른 절벽의 초목에 의해 빚어진 신비로운 숲.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 절대 고요의 침묵의 공간. 이 세상 최초의 인류가 보았을 그런 풍경이다.

거대한 우물처럼 섬 안에 생긴 이 공간을 이곳 사람들은 ‘홍(Hong)’이라고 부른다. 홍은 온통 석회암 덩어리인 섬이 빗물에 의해 침식되어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의 하나. 침식이 시작된 정수리 부분이 우물 같이 거대한 구멍으로 발전한 형태다. 그 홍의 라군(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을 카약을 타고 탐험하는 투어. 들리나니 패들을 물에 담그는 소리, 보이나니 외계의 행성에나 있을 법한 환상적인 풍경뿐이다. 흥분이 지나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다. 이런 섬이 푸케트의 팡아만(灣)에 줄잡아 100여개나 된다.

다음 날피피섬을 찾았다. 푸케트에서 배를 타고 크라비 방향으로 2시간가량 가야 하는 곳. 공중에서 보면 알파벳 ‘P’자처럼 보인다. 큰 섬과 작은 섬(무인도)이 있는데 호텔도 갖춘 큰 섬에서는 그저 해수욕을 즐기는 정도. 피피섬의 진면목을 보려면 작은 섬(피피레)에서 스노클링을 해야 한다.

모터보트를 전세 내어 찾아간 작은 섬. 작은 만 형태의 바다에서 스노클링 하는 관광객은 주로 유럽인이다.

온종일 바다 속 들여다보다 피곤하면 비치에 누워 낮잠 자고. 이곳 물속 세상은 물 밖 피피섬보다 더 아름답다. 형형색색 물고기의 유영을 보노라면 자신이 물속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는다.

그러나 이렇듯 아름다운 안다만의 바다보다도 태국의 정취를 더 짙게 풍기는 것이 있다. 코끼리다. 20세기 초 태국은 ‘샴(Siam)’이라는 이름으로 유럽에 알려졌다. 그 당시 유럽인이 태국의 상징으로 삼은 것은 코끼리였다. 한때는 10만 마리가 넘었다는 태국의 코끼리. 지금은 95% 이상 사라져 500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남벌로 인해 서식처인 열대우림이 소멸된 탓이란다. 이제 코끼리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의 보호 아래 공존하는 것. 그래서 태국의 코끼리 트레킹이 생겼다.

오전 9시. 영국제 랜드로버 사륜 구동 차량에 올라 카오삭 국립공원의 정글로 향한다. 푸케트에서 멀지 않지만 이곳의 열대우림은 건재하다. 덕분에 코끼리를 키우기도 좋다. 산중턱의 캠프는 코끼리 보호 프로그램(Elephant Mobile Clinic)을 운영하는 곳. 코끼리는 벌채한 통나무 운반을 면한 대신 사람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람을 태우고 산길을 걷는다.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다.

코끼리 등에 설치한 의자에 앉아 숲을 통과하는 트레킹. 30분간의 짧은 체험이지만 등짐을 지게 한다는 부담감과 미안함 때문인지 트레킹 자체는 그리 즐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런 투어를 소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트레킹을 통해 멸종 위기에 놓인 코끼리의 위기감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런 것이 21세기의 새 화두로 등장한 이코 투어리즘(생태관광)이다.


○코끼리 타고 정글서 야생 트레킹

오전 9시. 영국제 랜드로버 사륜 구동 차량에 올라 카오삭 국립공원의 정글로 향한다. 푸케트에서 멀지 않지만 이곳의 열대우림은 건재하다. 덕분에 코끼리를 키우기도 좋다. 산중턱의 캠프는 코끼리 보호 프로그램(Elephant Mobile Clinic)을 운영하는 곳. 코끼리는 벌채한 통나무 운반을 면한 대신 사람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람을 태우고 산길을 걷는다.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다.

코끼리 등에 설치한 의자에 앉아 숲을 통과하는 트레킹. 30분간의 짧은 체험이지만 등짐을 지게 한다는 부담감과 미안함 때문인지 트레킹 자체는 그리 즐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런 투어를 소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트레킹을 통해 멸종 위기에 놓인 코끼리의 위기감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런것이 21세기의 새 화두로 등장한 이코 투어리즘(생태관광)이다.

●여행 정보

◇이코 투어리즘 투어 △시 카약(팡아만 해상 국립공원)=온종일(오전9시∼오후4시·점심 제공) 소요. 무인도 해변 휴식, 선상 점심 식사 및 음료수 제공 서비스 포함. 보다 전문적인 투어는 팡아만 카약 투어를 최초로 시작한 ‘패들 아시아’(www.paddleasia.com)의 패키지를 이용한다. △코끼리 트레킹(카오삭 국립공원)=샴 사파리(www.siamsafari.com)의 ‘4 in 1’(Four in one)투어가 좋다. ‘카누(강)+코끼리 트레킹+아기 코끼리 쇼+원숭이 이용 코코넛 따기 시범’으로 구성. 점심 제공, 반나절 투어(오전 9시∼오후 1시). △피피섬 패키지=온종일(오전 9시∼오후 4시), 점심 제공. 작은 섬 스노쿨링은 별도.

◇‘타일랜드 스마일 플러스’(www.thailandsmilesplus.com)=10월 31일까지. △태국 정부 관광청 한국사무소(www.tatsel.or.kr)=주요 호텔의 객실을 1박 요금에 2박 제공. 02-779-5417, 8 △타이항공(www.thaiair.co.kr)=모든 태국행 항공편 기내에서 1명씩 추첨, 왕복 항공권(주요 리조트 왕복) 선사.

◇휴대전화 자동 로밍 서비스=011, 017 휴대전화 대상. 인천국제공항(3층)의 SK 자동로밍센터. 1566-2011

○푸케트 ‘다이아몬드 클리프 리조트 앤 스파’

좋은 휴양지에는 반드시 좋은 숙소가 있게 마련. ‘안다만해의 진주’ 태국 푸케트 섬. 열대우림과 산호바다, 이 두 조건을 두루 갖춘 이 휴양 섬에는 반얀트리, 노보텔 등 세계 최고급 호텔이 즐비하다.

국제적인 체인 호텔은 유명세 덕분에 선택시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로컬 호텔은 그렇지 못하다. 완벽한 시설과 서비스, 기막힌 위치에도 불구하고 선택에서 제외되기 일쑤. 최근 푸케트 취재 중 찾은 ‘다이아몬드 클리프 리조트 앤드 스파(Diamond Cliff Resort & Spa)’도 그런 경우. 파통만(灣) 북쪽 바닷가 언덕의 숲(2만5000평)에 위치한 이 호텔은 푸케트의 재력가가 직접 운영하는 로컬 호텔. 시설과 서비스에서 태국의 전통미가 물씬 풍긴다.

최근의 동남아 리조트 건축 트렌드는 ‘탈(脫)비치, 로 라이징(low rising·3, 4층 규모의 낮은 건물), 스파(Spa·물을 이용한 건강 요법)’. 다이아몬드 클리프는 이 세 가지를 완벽히 갖춘 트렌디 호텔이다. 안다만해가 내려다보이는 힐 사이드의 숲 속에 팜 트리(야자수)보다 높지 않은 건물, 그리고 곳곳에 조성한 연꽃 피는 정원과 숲가의 조용한 스파. 번잡한 해변 리조트 호텔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편안한 휴식 공간이 돋보인다.

리조트 시설은 급경사 언덕에 계단 형식으로 자리 잡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격리된다. 식당과 바가 9개, 객실은 333개. 객실 인테리어는 태국 전통미가 흠씬 풍기는 전통 스타일이다. 객실에서는 해질녘 안다만해의 노을이 내다보인다. 가파른 언덕길에는 골프 카트형의 자동차를 운행한다.

허니문용인 최고급 객실 다이아몬드 발라(8개·사진)는 ‘꿈의 신혼여행’을 만드는 완벽한 무대. 전망 좋은 언덕 위 전통 건축양식의 빌라에는 전용 풀과 사우나, 자쿠지(고압 물 분사 욕조)와 도우미가 있다. 커다란 창문 옆에 호화로운 욕조를 설치한 욕실에서도 안다만해가 내려다보인다. 허니문 패키지에는 벤츠 승용차 공항 송영 및 웰컴 드링크로 샴페인 제공 서비스가 포함된다.

스파는 리조트 휴양시 ‘필수’가 되다시피 한 새로운 휴식 문화. 다이아몬드 클리프의 스파는 세계 최고라는 반얀트리 것에 못지않은 수준. 그러면서도 가격은 저렴하다. 꽃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을 얼굴과 몸에 바른 뒤 손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해주는 아로마 세러피(Aroma Theraphy). 휴식의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다이아몬드 클리프의 또 다른 매력은 ‘먹는 즐거움’. 9개 식당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음식(태국 한국 일본 중국 이탈리아 유럽)은 수준급. 온갖 열대 과일을 준비해 두고 원하는 과일을 매일 1kg씩 제공하는 ‘프루트 숍’은 다른 호텔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서비스. 첫날은 무료, 이튿날부터는 100바트(약 3000원)만 받는다.

●여행 정보

▽위치=파통만 북쪽(노보텔 옆). 파통 타운까지는 자동차로 10분. ▽홈페이지=www.diamondcliff.com ▽문의=태국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www.tatsel.or.kr) 02-779-5417, 8

●한국어 구사하는 가이드 칸 묵디

푸케트 국제공항. 5일간의 현지 취재를 도울 가이드를 만났다. 그런데 뜻밖에도 태국인이었다. 이름은 칸 묵디(사진). 태국 사람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푸케트 출신의 올해 서른 살 노총각이다. 한국에는 한 번도 다녀간 적이 없지만 그의 한국어 실력은 ‘대단해요’다. 가끔 서툰 표현이나 발음도 있지만 여행 가이드로는 문제가 안 될 정도. 영어 능통.

“학교(호텔전문대학) 다닐 때 한국인 교수님이 계셔서 배우게 됐어요. 그동안 통신 강의록으로 독학했는데 한국말은 배울수록 어려워요. 특히 존댓말은 정말 까다로워요.”

졸업 후 호텔 종업원으로 근무하면서도 틈틈이 공부해 태국 정부 공식 가이드 자격도 땄다. “아직은 자유여행자(FIT)가 많지 않아 한국 분을 가이드 할 기회가 적지만 앞으로는 점차 늘겠지요.” 태국 현지인 가이드 비용은 하루만 할 경우 미화 50달러, 나흘 이상은 1일 30달러 선. 차량은 하루 60달러 선(운전사 포함)이라고. 연락처(현지)는 △휴대전화 66-1-080-1804 △팩시밀리 66-76-393547

푸케트=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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