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재단 초청 입양동포 35명 ‘母國문화체험’

  • 입력 2003년 8월 6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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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입양됐다가 재외동포재단 초청으로 모국문화체험을 위해 한국을 찾은 강주리씨(왼쪽)와 장효정씨가 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홀트아동복지회를 방문해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을 안아보고 있다. -김미옥기자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재외동포재단 초청으로 모국문화체험을 위해 한국을 찾은 강주리씨(왼쪽)와 장효정씨가 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홀트아동복지회를 방문해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을 안아보고 있다. -김미옥기자
“그동안 행복하게 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한국 사람들, 한국 문화, 한국에서의 삶이 어떤지 궁금했답니다.”

5일 덴마크, 스위스, 프랑스, 미국 등 10개국에서 35명의 국외입양 동포가 재외동포재단의 초청으로 ‘모국문화체험’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들 대부분은 국제기구 매니저, 배우, 변호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공한 국외입양 동포들로 모국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바쁜 시간을 쪼개 먼 길을 단숨에 날아온 것.

3세 때 스위스로 입양된 이윤미씨(31·여·세계경제포럼 매니저)는 “늘 와보고 싶었지만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가정을 꾸리기 전에 내가 태어난 나라의 삶을 체험하고 문화적 뿌리를 느껴보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는 신공미씨(29·여)는 자신이 태어난 직후 생모가 위암으로 숨져 입양길에 오르게 되는 바람에 한국에서 살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자신의 5남매와 이번 방문에서 감격의 재회를 했다. 신씨는 “프랑스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면서도 항상 마음 한구석에 앙금처럼 남아 있던 슬픔과 분노가 이번 만남으로 눈 녹듯 사라졌다”고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7세 때 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2001년 극적으로 어머니와 재회해 이번이 3번째 한국 방문인 금융정보시스템 전문가 이현우씨(33)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한국의 문화와 전통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다”며 “한국이 자신과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6일 입양기관을 찾아 자신의 입양파일을 살펴본 뒤 13일까지 전국을 돌며 한국의 풍광을 둘러보고 한국 전통음식 체험, 공예품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이들 중에는 생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찾지 못하고 되돌아간 뼈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한국 생활을 경험하고 한국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긍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5세 때 할머니 손에 이끌려 독일로 입양돼 괴팅겐대에서 국제경제학을 공부하는 이진하씨(23)는 “지난번 한국을 찾았을 때 어머니가 노씨라는 것밖에 알아내지 못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며 “이번 방문에서는 한국어도 더 배우고 좋아하는 한국 음식도 실컷 먹고 싶다”고 말하면서 활짝 웃었다.

재외동포재단 홍진향 과장은 “해외에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서로의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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