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P세대]<中>자기표현…“인터넷 ‘티치즌’이 내 선생님"

  • 입력 2003년 6월 10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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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세대의 육성 방안은(下)
- P세대의 자기표현(中)
- P세대의 소비패턴(上)
- P세대 '변화의 태풍'으로

‘1020 P세대’는 표현에 능한 세대다. 인터넷에서의 활동과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복장 등을 모방하는 행위), 게임, 심지어 문신과 피어싱(신체를 뚫어 작은 고리 등을 달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주요 활동 공간인 인터넷에서 P세대는 게시판에 뜬 남의 글에 ‘훈수 두기’와 ‘댓글 달기’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기의 의사표현을 하며 이용자들만의 고유한 은어를 사용, 타 집단에 배타적인 동아리를 형성하기도 한다.

▽‘티치즌’이란 신조어까지=한 인터넷 학습사이트 게시판에 고1 여학생이 ‘체육실기시험을 앞두고 배구 토스 30개가 만점인데 5개도 못해요’라는 글을 띄웠다. 반나절 뒤 ‘해결사’란 이름의 동년배 학생이 글 밑에 ‘손으로 튕기지 말고, 손가락을 이용해 튕겨야 하며 연습용 공으로는 서울 동작구 XX문방구에서 파는 OO공이 좋고…’라는 내용을 첨부했다. 처음 글을 띄웠던 학생은 ‘역시 해결사님’이라며 고마워했다.

요즘 인터넷에는 ‘티처’와 ‘네티즌’을 합친 ‘티치즌’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젊은 세대가 자주 드나드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또래 선생님’이 항상 등장해 ‘훈수’를 두는 것을 빗댄 표현. 티치즌은 남의 고민이나 문의에 적극적으로 답변하면서 영향력을 키워 사이트의 주도 세력으로 떠오른다는 것.

남이 올린 글이나 작품에 한마디씩 촌평을 하는 ‘댓글’도 P세대의 주요 표현 방식. 디지털카메라 모임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곳의 게시판에는 사진이나 글 한 건당 댓글이 40∼50건은 보통이고 많을 경우 1000건이 넘게 달리기도 한다.

회원들은 댓글에서 ‘-자(네티즌)’ ‘쌔워Boa요(게시판에 올려주세요)’, ‘좆치안타(마음에 안 든다)’, ‘방법하다(처리하다 또는 벌을 주다)’ 등 자신들만의 ‘은어’를 쓴다. 게시판에 올려진 글 등에서 순식간에 차용돼 공유되는 이 은어들은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소외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1600명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제일기획의 P세대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세대의 집단적 동질성을 구축하는 ‘표현 메커니즘’은 때로 월드컵 응원이나 촛불 시위 등 특정 사안을 사회 이슈화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P세대의 행동 양식은 ‘재미’와 ‘쿨’=아랫입술 가운데를 뚫어 작은 고리를 단 정모군(18·고교 3년)은 “왜 피어싱을 하느냐”는 물음에 “멋있게 보여서”라고 짧게 답했다. P세대에게 ‘선과 악’ ‘옳고 그름’ 등의 이분법적 사고는 더 이상 행동 기준이 아니다. P세대 보고서에 따르면 17∼19세와 20∼24세 연령층의 경우 다른 층과 비교할 때 ‘재미’를 가장 주요한 행동 기준으로 꼽았다.

이런 경향이 젊은 세대들이 빠져드는 유행의 사이클을 짧게 만드는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때 유행했던 피어싱과 문신은 시들해지고 최근에는 ‘코스프레’가 이들 세대들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

이동연 문화연대사회연구소장은 “젊은 세대의 표현 양식이 다양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유행이라는 틀 속에서 특정 장르에 몰두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편협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기표현 세대에서 소통의 세대로=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댓글과 메신저 활용 등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1020세대가 이제 자기표현 단계에서 ‘소통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전 인터넷 게시판에는 ‘여기 내가 있으니 좀 봐 달라’는 식의 일방적인 자기표현이 주를 이뤘으나 요즘은 남들과 관계를 맺고 이를 유지해 나가려는 변화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들이 타 집단에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학습기회가 부족해 아직 소통에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자료:제일기획 P세대 보고서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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