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이모작]교수서 국무조정실 조정관으로 박종구씨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31분


코멘트
변영욱 기자
변영욱 기자
국무조정실의 박종구(朴鍾九·45·사진) 경제조정관은 대학 교수가 정무직이 아닌 일반 행정관료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박 조정관은 98년 개방형 공직인 기획예산위원회(기획예산처의 전신) 정부개혁실 공공개혁단장에 임용되면서 관료사회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2년여간 공공개혁단장과 공공기획단장으로 일하면서 수십년간 끌어온 KT, 포스코, 한국중공업, 담배인삼공사 등 4개 공기업의 민영화를 마무리했다. 또 공기업 자회사를 60개 이상 정리하고 근무인원을 25%가량 줄였다.

그는 이런 실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9월 국무조정실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1급)으로 승진했고 노무현(盧武鉉) 정부 들어서는 경제조정관(1급)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개방형 공직에 임용된 민간인이 승진까지 한 것은 매우 드문 일.

박 조정관은 9일 “교수 출신들이 공직에 진출했다가 실패하는 원인은 양쪽 모두에 있다”면서 “공직사회는 외부인을 배척하는 문화를 없애야 하고 교수 출신들은 행정가로서 필요한 순발력과 조직관리능력, 동료의식 등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를 나오고 미 시러큐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관료사회에 들어오기 전인 93년부터 97년까지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위원을 맡은 적이 있는데 이때의 경험이 공직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는 “학계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동안 연구해 온 지식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활용하는 것은 그 이상의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박 조정관은 “다른 자리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목민지관(牧民之官)은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선생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금호그룹 창업주인 박인천(朴仁天)씨의 아들이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