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최초 디스크자키 최동욱씨 올바른 외래어사용 책펴내

  • 입력 2003년 4월 29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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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DJ1호’ 최동욱씨가 동아방송이 있던 옛 동아일보 사옥(현 일민미술관)을 찾았다. -원대연기자
국내 ‘DJ1호’ 최동욱씨가 동아방송이 있던 옛 동아일보 사옥(현 일민미술관)을 찾았다. -원대연기자
한국의 ‘디스크자키(DJ) 1호’인 최동욱(崔東旭·67)씨가 5년 만에 고국을 찾았다.

최씨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겐 아련한 향수로 남아있는 동아방송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3시의 다이얼’, ‘0시의 다이얼’ 등을 진행했던 명 DJ.

미국에 거주 중인 그는 최근 자신이 쓴 ‘가짜 영어 바로잡기 사전’ 출간을 위해 내한했다. 이 책에선 외래어 오남용 사례를 묶었다. 가령 자동차의 ‘사이드브레이크’는 ‘파킹브레이크(Parking Break)’로 써야 옳은 영어라는 것. 그는 “방송을 하면서 바른 외래어 사용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 잘못된 표현을 바로잡기 위해 이 책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방송을 하고 있는 현역 DJ다. 미주 한인방송인 ‘라디오 서울’에서 ‘3시의 다이얼’을 1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 중이다. ‘3시의 다이얼’은 국내 최초로 청취자의 신청곡을 받아 틀어줬던 리퀘스트 프로그램. 국내 최초의 심야방송인 ‘0시의 다이얼’과 함께 동아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다.

1963년 동아방송 PD로 입사해 ‘탑튠쇼’라는 프로그램을 맡고 있던 그는 팝송을 잘 모르는 아나운서를 대신해 즉석에서 진행을 맡게 됐다.

당시만 해도 라디오 진행은 써준 원고를 아나운서가 그냥 읽기만 했으나 그는 최초로 DJ 개념을 도입해 청취자와 대화하듯 자유로운 진행으로 인기를 끌었다. 첫 방송에 앞서 “지금부터 프로듀서 최동욱씨가 DJ로서 방송을 진행하겠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안내 방송이 나가자 “DJ가 뭐냐”는 청취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미군 클럽을 찾아가서 판을 빌려다 최신 팝송을 소개할 정도로 ‘발로 뛰는’ 방송을 했다. ‘원조 DJ’는 요즘 DJ들에게 따끔한 지적을 했다.

그는 “구성작가가 써준 원고를 그냥 읽는 사람은 DJ가 아니다”라며 “젊은 연예인들이 나와 잡담 같은 얘기를 늘어놓는 경우도 많은데 무엇보다 라디오 방송은 진행자가 아닌 청취자 위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에 그는 DJ 40주년을 맞는다. 개인적으로 뜻이 깊지만 방송 역사에서도 라디오에 DJ가 도입된 지 40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 그는 “동아방송이 없어졌으니 누가 이를 챙기겠느냐”며 “개인적으로라도 40주년에 맞춰 ‘DJ론’을 다룬 책을 내년에 출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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