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약사부부 초보육아일기]<20>나들이철 감기 주의보

  • 입력 2003년 4월 13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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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엔 서울 시내 벚꽃이 절정인데다 날씨도 화창했다. 우리는 나들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승민이를 데리고 여의도 윤중로로 향했다. 윤중로 주위를 산책한 후 한강 둔치에서 한바탕 강바람을 맞았다. 늦은 오후의 봄바람은 쌀쌀했다. 오랜 외출에 지쳤는지 승민이는 집으로 오자마자 곯아떨어졌다.

한참 후 승민이가 심하게 울더니만 아내가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이마에 입술을 대어보니 따끈하게 열이 달아올라 있었다. 체온계로 귓속 열을 재보니 37.5도. 아기는 이렇게 감기에 걸리는가 싶었다.

아내는 재빨리 승민이에게 해열제용 물약을 먹였다. 20분 정도 지나자 열은 금방 내렸다. 그날 저녁 한동안 안 쓰던 가습기를 꺼내서 틀어주고, 수분 섭취를 위해 보리차를 조금씩 계속 먹였다. 다음날 아침, 승민이는 별일 없었다는 듯 괜찮아졌다.

지금까지 승민이는 한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고 한 겨울을 잘 넘겼기 때문에 우리는 감기를 만만하게 여겼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일교차가 크면 아기는 체온 조절이 힘들다. 또 감기 바이러스는 4월 중순∼6월 말까지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 소아과는 감기 환자로 가장 붐빈다.

승민이는 이제 막 6개월을 넘겼는데, 아기는 생후 6개월이 되면 태어날 때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면역항체가 바닥이 난다. 이때부터 면역체계가 스스로 완성되는 두 돌까지 감기에 잘 걸린다.

만일 아기가 열이 떨어졌다가 다시 열이 나거나 열이 3일 이상 지속되면 단순한 감기가 아닌 폐렴이나 중이염일 수 있으므로 단순히 넘겨서는 안 된다. 이때는 열을 내려줄 수 있는 조치를 빨리 취해주고, 소아과에 가야 한다.

열을 내리기 위해선 해열제를 먹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만일 해열제를 먹인 뒤 한 시간 정도 지나도 열이 내리지 않거나, 생후 6개월 이전이라 해열제를 먹이기 조심스러운 경우에는 미지근한 물에 적신 스펀지로 몸을 닦아준다. 보통 아기가 열이 나면 이불을 덮어주거나 옷을 더 입혀서 감싸는데 이는 체온을 올려 경기(驚氣)나 탈수현상을 부를 수 있다.

앞으로 외출 후엔 승민이를 깨끗이 씻겨주고, 입안도 물로 헹궈주어야겠다. 호시탐탐 승민이를 노리는 감기 바이러스에 딱 걸리지 않으려면.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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