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아침마다 배 아픈 아이 혹시 등교 스트레스?

  • 입력 2003년 3월 23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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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입학한 아이들의 행동에는 장차 장애로 발전할 수 있는 ‘징후’들이 자주 보이기 때문에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동아일보 자료사진
갓 입학한 아이들의 행동에는 장차 장애로 발전할 수 있는 ‘징후’들이 자주 보이기 때문에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주부 최모씨(34)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예솔이(가명·여)가 아침만 되면 배가 아프다고 하는 바람에 최근 소아과를 찾았다. 의사의 진단은 ‘정상’.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솔이의 아침 배앓이는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 밤잠을 설치고 설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아름이(가명)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눈에 띄게 말수가 줄어들었다. 엄마 강모씨(33)는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다 보니 힘들어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름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중 뒷머리가 듬성듬성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행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행동에 ‘장애 징후’가 숨어 있다는 얘기다. 전에 하지 않았던 행동이 나타난다면 일단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이런 징후를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비만, 우울증, 원형 탈모증, 성장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원래 호기심이 많고 탐색적이다. 학교를 새롭고 재미있는 장소로 인식한 아이들은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얼굴이 밝다. 반면 얼굴 표정에 짜증과 불만이 묻어 있고 말수가 줄었거나 울고 투정을 자주 부린다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며칠 있으면 1학년생은 입학 한 달째를 맞는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도움말=서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민섭 교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홍성도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등교 거부증▼

한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생의 5% 정도가 초기에 이런 증세를 보인다. 예솔이도 전형적인 등교거부증 사례에 속한다.

등교거부증은 아이가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리불안 장애’의 일종.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며 학교 가는 것을 거부한다. 꾀부림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통증을 동반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왜 학교에 가기 싫어?”라고 자상하게 묻는 게 좋다. 원인이 사소하면 해결은 의외로 쉽다. 가령 사나운 개가 등굣길에 버티고 있다면 우회로를 가르쳐 주고 숙제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 부모가 함께 해 주면 된다. 불량배가 학교 주변을 배회해서 두렵다면 학교에 해결을 건의한다. 부모가 출근 전 아이와 가벼운 대화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왜 학교에 가야 하는 지를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에게 “학교에 가지 않으면 법을 어기는 것이고 네 의무를 다 하는 것이 아니야”라고 설명을 해 준다.

등교거부증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소아정신과에서 상담을 받도록 한다.

▼틱증후군▼

신체의 한 부분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장애를 ‘틱(Tic) 증후군’이라고 한다. 의학자들은 초등학생의 10% 정도가 일시적인 틱증후군을, 1% 정도가 만성 틱증후군을 보인다고 말한다.

머리 흔들기, 눈 깜박이기, 얼굴 찡그리기, 코 씰룩하기, 어깨 으쓱하기 등은 ‘운동틱’, 헛기침하기, 휘파람불기, 코 훌쩍거리기, 킁킁거리기 등은 ‘음성틱’으로 분류한다. 음성틱의 경우 ‘우’ ‘아’ 등 무의미한 말을 반복하거나 ‘입 닥쳐’ ‘그만’ ‘좋아’ ‘그래’ ‘어때’ 등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운동틱과 음성틱이 함께 나타나는 것을 보통 ‘뚜렛씨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불안장애, 학습장애, 주의력 결핍 등의 증세를 동시에 보이게 된다.

틱증후군의 주원인은 스트레스다. 따라서 무조건 “하지마”라고 다그치면 되레 악화된다. 이때는 부모가 함께 놀아주거나 공부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게 좋다. 동시에 사회규범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서 자신감을 갖도록 해 줘야 한다.

10명 중 2명 정도는 1, 2개월 이내에 저절로 없어진다. 만성틱의 경우 학교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소아정신과를 찾는 게 좋다.

▼기타 여러 징후들▼

아름이의 경우 ‘풀링헤어(Pulling Hair) 증후군’으로 볼 수 있다. 학교생활 등에서 생긴 스트레스로 무의식중에 머리카락을 잡아 뜯으면서 불안과 분노를 표출하는 것. 일종의 불안장애다. 부모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

수업시간에 돌아다닌다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볼 수 있다. 입학 전후 아이들의 3∼5%에서 나타난다. 원인이 다양하고 그에 따라 치료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상담을 해 보는 게 좋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주 싸운다면 “이겼느냐, 졌느냐” “왜 맞고 왔느냐”를 묻지 말고 사회규범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게 현명하다. 이런 아이들은 대체로 집에서 ‘왕’ 대접을 받다가 학교에서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한 것에 대해 박탈감을 느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준비물을 자주 잊거나 학교에서 학용품을 잃어버리는 아이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도중에 나타나는 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야단을 치기보다 처음에는 부모가 챙겨주면서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가르치도록 한다.

▼주의력 결핍-충동성 체크리스트▼

아이가 산만하거나 충동성향은 없는가. 다음 목록을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6개 이상 항목에 해당된다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만약 그런상태가 6개월 이상 계속 됐다면 반드시 소아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주의력 결핍 장애 징후들

①수업 또는 다른 활동 중 집중을 못해 실수를 자주 한다.

②숙제 또는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집중하지 못한다.

③다른 사람이 말할 때 귀기울여 듣지 않는다.

④한 장소에서 숙제 등 지시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다.

⑤숙제나 활동을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 어렵다.

⑥정신적 노력이 필요한 과제를 싫어하거나 안 하겠다고 떼를 쓴다.

⑦장난감, 학용품 등을 자주 잃어 버린다.

⑧외부 자극이 생기면 쉽게 주의가 분산된다.

⑨일상적인 생활에서 자주 부주의한 게 보인다.

◇과잉활동·충동성 장애 징후들

①가만히 있지 못하고 손발이나 몸을 꿈틀댄다.

②앉아 있어야 할 상황에서 일어나 돌아다닌다.

③상황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른다.

④조용한 놀이나 오락에 참여하기가 어렵다.

⑤마치 모터가 달린 것처럼 과격하게 계속 움직인다.

⑥말을 너무 많이 한다.

⑦질문을 끝까지 듣지 않고 대답해 버린다.

⑧자기 순서를 기다리지 못한다.

⑨대화에 불쑥 끼어드는 등 다른 사람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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