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잃어버린 구슬' 파란 구슬 찾을 수만 있다면…

  • 입력 2003년 3월 11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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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구슬/현덕 글 이태수 그림/24쪽 7000원 아이세움(5∼9세)

옆집에 사는 서영이가 1학년이 되었다. 옆집에 가보니 서영이 엄마는 색연필, 크레파스, 사인펜 등을 낱낱이 꺼내놓고 견출지로 이름을 써 붙이느라 바쁜데, 아이는 잔뜩 골이 나 있다. 서영이 엄마는 새 학년이 되었다고 책상 서랍이며 책꽂이를 깨끗이 정리해주고 나니 저렇게 화를 낸다고 기가 막혀 하고 있다. “찌글찌글 낙서해놓은 색종이 쪼가리 버렸다고 저래요, 글쎄.”

이 말에 서영이가 드디어 울음을 터뜨린다. “낙서 아니야. 그림 그린 거야. 그리고 내가 거기에다가 내 것이라고 이름 썼잖아, 허서영 이렇게… 엉엉….”

이 책은 ‘노마가 구슬 한 개를 잃어버렸습니다. 파란 유리 구슬입니다’로 시작된다. 보통 때에는 그저 그렇던 구슬이 잃어버린 순간부터 귀중한 물건이 된다. 그것이 꼭 파란색이어서가 아니라 어떤 색이어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이리저리 생각해 보고,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찾을 수 없으니 안타까움은 더하다. 못 찾으면 못 찾을수록 그 구슬은 노마 마음속에서 ‘갑절’, ‘두 갑절’, ‘세 갑절’, ‘갑절 열개’, ‘갑절 백 개’만큼 소중해진다.

대여섯살 아이들의 마음, 가지고 싶은 것을 못 가졌을 때의 절절한 안타까움, 가지고 있는 것을 뽐내고 싶을 때의 간질간질한 으쓱거림을 ‘현덕’만큼 섬세하게 잘 표현하는 작가가 있을까.

이런 마음은 그림으로도 잘 나타나 있다. 노마의 안타까움이 커질수록 구슬은 노마 머릿속에서 점점 커진다. 물 속에 떨어진 작은 구슬이, 처음에는 노마 머리만하다가, 노마 키만하다가, 점점 커져서 책 한 면을 가득 채우고 말았다. 아이고 답답해라, 노마는 이 안타까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림 작가는 이 글에 대한 생각 한 면을 꿀벌이란 대상에 표현하려 한 것 같다. 노마가 구슬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꿀벌 한 마리가 머리 주위를 맴돌게 한 건 왜일까. 너무 답답해서 머릿속에서 잉- 하는 소리가 난다는 것 같기도 하고, 꿀을 따러 가듯이 어딘가에 가면 구슬이 있다는 걸 나타내고 있는 것도 같다.

‘돌래돌래’ ‘도굴도굴’ 같은 맑은 의태어나, 숫자를 나타내는 ‘백’말고는 한자어가 없는 깨끗한 우리말로만 씌어져 소리내어 읽는 맛이 각별한 책이다.

지금은 구슬 생각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노마’, 우리 옆집 ‘서영이’를 보는 것 같다.

김혜원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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