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남자’ 물고 온 드렁큰 타이거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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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기 때문에’로 고전적인 ‘남자의 의무’를 강조한 힙합 스타 ‘드렁큰 타이거’
‘남자기 때문에’로 고전적인 ‘남자의 의무’를 강조한 힙합 스타 ‘드렁큰 타이거’
힙합 그룹 ‘드렁큰 타이거’가 ‘남자’를 새음반의 컨셉트로 들고 나왔다.

최근 발표한 4집 ‘뿌리’의 타이틀곡이 ‘남자기 때문에’다. 멤버 타이거 JK와 DJ 샤인은 미국에서 성장한 교포 2세여서 남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이 크지 않을 듯. 그런 점에서 이들이 남자를 강조하고 나온 게 의외다.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같은 사회적 재난이나 명예 퇴직같은 개인적 재난이 그치지 않는 시대에 남자가 해야 할 일을 강조했습니다.”

‘피가 나도 아파하지 않고 용감의 탈로 가려내 두려움과 부드러움을 숨긴 채 난 남자기 때문에. 형제와 부모를 위해 내 심장을 바칠 수 있지.’(가사 일부)

이런 ‘남자다움’의 강조는 새로울 게 없다. 그러나이들은 “대구 참사를 보며 가슴이 너무 아팠고 우리 가족이 저런 지경이 되면 내가 어떻게 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사에 담았다”고 말했다.

‘드렁큰 타이거’는 국내 힙합 대중화의 선두 주자. 1999년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로 데뷔하면서 힙합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이래 고정 팬층을 넓혀 갔다.

이후 나온 2집과 3집은 깔끔한 각운과 래핑(Rapping), 사회 비판을 담은 랩 가사로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힙합족(族)의 리더’로 떠올랐다. 두 음반은 각각 23만, 30만장 판매를 기록했다.

새 음반에서 이들은 민요 멜로디와 60, 70년대의 사운드를 힙합과 접목하는 시도를 했다. 수록곡 ‘아라디오’는 아리랑의 후렴구를 인용해 흥겨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타이거 JK는 “한국 국악의 5음계가 의외로 힙합 리듬과 잘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며 “민요를 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추는 한국인의 모습이 힙합족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수록곡 ‘슬픈 기타줄’은 ‘드렁큰 타이거’들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힙합 가수들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있다.

‘하필 난 왜 힙합에 빠져 또 빈 지갑과 뱃속이 날 괴롭혀/가끔 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스타도 되고 싶어/난 미국에선 노랑이 한국에선 교포 2세 날라리’

이들은 가사 끝부분에서 “우린 절대 포기하지 않아”라고 외치고 있으나 “MP3로 인한 음반계의 불황으로 가수들이 외국으로 떠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들은 5월경에 대형 콘서트로 ‘힙합 잔치 마당’을 벌인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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