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넌버벌 퍼포먼스 '도깨비스톰'

  • 입력 2003년 1월 14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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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들의 넌버벌 퍼포먼스 ’도깨비스톰 ’./사진제공 미루스테이지
도깨비들의 넌버벌 퍼포먼스 ’도깨비스톰 ’./사진제공 미루스테이지
꽁꽁 언 겨울 저녁 서울 정동에서 도깨비 파티가 열리고 있다. 젊은 연인들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은 중년까지, ‘넌버벌 퍼포먼스’라는 다소 모호한 장르의 공연을 보러 모여든 사람들이 도깨비들의 놀이에 흠뻑 빠져든다.

줄거리는 샐러리맨 생활에 찌든 이 대리와 단순무식하고 위압적인 상사인 박 과장이 이상한 빛에 이끌려 다섯 도깨비를 만난 후 한바탕 크고 작은 소동을 벌이며 억눌려 있던 인간 본성과 생에 대한 활력을 되찾게 된다는 것. 하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느라 도입부가 조금 늘어지기는 하지만 사실상 이 공연에서 줄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굿거리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이어지는 전통 풍물의 가락에 심벌즈와 드럼의 리듬이 뒤섞이며 휘몰아치는 소리와 도깨비들의 장난스러운 몸짓을 함께 즐기기만 하면 된다. 탁자와 손발, 항아리와 바가지, 장구와 북, 꽹과리와 징, 대나무와 태평소, 심벌즈와 야광막대, 물과 곡식까지 모든 것이 소리를 만들어낸다. 쇳소리, 북소리에 이어 나무소리, 그릇소리가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이 모든 소리가 어우러질 무렵이면 객석에서 저절로 터져나오는 박수소리, 의자 두드리는 소리가 무대와 호흡을 같이한다.

도대체 이 음악의 장르가 뭐냐고?

노랗고 빨갛고 파랗게 머리를 염색하고 울긋불긋 도깨비 분장을 한 배우들이 모두 전통 풍물과 한국 고전무용을 하는 전문 연희자임을 고려한다면 국악이나 농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온갖 악기와 장단이 뒤섞이는 것을 보면 장르를 논하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어진다. 소리와 소리가 부딪치며 장르를 넘어서는 또 다른 ‘소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이번 공연은 2001년 1월 초연된 후 국내외 20여개 도시의 무대에서 호평을 받고 약 2년 만에 다시 막을 올린 것.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브로드웨이,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의 지역에 진출할 준비를 하며 수정 보완한 ‘2003년판 도깨비스톰’의 시험무대다. 화려한 공연들이 줄지어 열린 연말연시의 벽을 무난히 뚫고 온 것을 보면 일단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리스 아테네 공연은 3월21일부터 4월20일까지 총 37회로 이미 확정됐다.

세계 무대에서도 관객들이 한국의 도깨비들과 더불어 유쾌하게 뒤집어지는 즐거움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2월14일까지 오후 7시반, 2월15, 16일 오후 3시 6시, 서울 정동극장, 2만5000∼5만원. 02-751-1500

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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