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서 백제공방터 발견…왕궁리 유적서 대량 유물 발굴

  • 입력 2002년 11월 26일 18시 05분


전북 익산시는 ‘귀금속 가공 단지’로 널리 알려진 도시. 올해 5월에는 보석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익산시가 오늘날 ‘보석 도시’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것은 ‘역사적 인연’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부여문화재 연구소가 최근 익산 왕궁리(王宮里) 유적에서 사비도읍기(538∼660년) 시대에 금과 유리를 가공했던 백제 공방(工房)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홍성빈 소장은 “왕궁리 유적에서 금사(金絲), 유리조각 등과 이들이 묻어 있는 도가니 파편이 대량으로 나왔다”며 “당시 금, 유리 세공 공방이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공방터는 보석 박물관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 1400년 전 만들어진 인연의 끈이 오늘에 닿아 있는 셈이다. 왕궁리 유적은 89년부터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됐지만, 앞으로도 10년은 더 발굴해야 조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백제 유적이다. 전체 면적은 4만평에 이른다.

홍 소장이 22일 안내한 왕궁리 유적은 ‘문화재 발굴지’라는 푯말이 아니었다면 스치고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너른 벌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이곳이 한때는 흥청거리는 저잣거리, 또는 왕가의 집터였을 거라는 상상을 하며 꼼꼼히 땅을 훑고 있었다.사실 왕궁리는 그 지명부터가 심상치 않다. 문헌상의 기록은 없지만 왕궁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번 발굴에서는 공방터 부근에서 자갈과 기와로 틀을 잡은 큰 인공 배수로(폭 1m, 길이 40m)도 발견됐다. 이곳에 궁궐 같은 대형 건축물이 있었다는 증거다.

익산〓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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