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캐치 미 이프 유 캔' 스티븐 스필버그 인터뷰

  • 입력 2002년 9월 23일 17시 55분


스티븐 스필버그가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촬영장에서 모니터 화면을 보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드림웍스 SKG

스티븐 스필버그가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촬영장에서 모니터 화면을 보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드림웍스 SKG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랜시 가(街). 100년전 섬유공장으로 지어졌다는 낡은 건물을 개조한 세트장은 촬영장 특유의 부산함으로 소란스럽다. 할리우드의 ‘황제’라 할 스티븐 스필버그와의 단독 인터뷰를 위해 최근 그의 새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Catch Me If You Can)’의 촬영장을 찾았다.

연출부 가운데 한 명이 “촬영 시작한다”고 소리를 지르자, 에어컨도 꺼지고 분주하던 방이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인다. 한 장면 촬영이 끝나고 현장 정리를 위해 쉬는 동안, 기자가 모니터를 보며 기다리던 촬영장 옆방에 스필버그가 나타났다.

더운 날씨인데도 가죽점퍼까지 겹겹이 옷을 걸쳐입고 시가를 손에 든 채 나타난 스필버그는 첫 눈에 할리우드를 쥐락펴락하는 실력자라기보다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같다. 그러나 자리에 앉자마자 빠르고 단호한 어투로 거침없는 의견을 쏟아냈다.

-‘A.I’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잇따라 미래를 배경으로 삼았는데, ‘캐치 미…’에서는 60년대로 돌아갔다.

“나는 요즘 특수 효과가 없는 영화에 목말라 있다. (9·11 뉴욕 테러를 빗대어) 특수효과로 가득한 영상은 이제 CNN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캐치 미…’의 모델인 실존인물 프랭크 어베그네일은 순식간에 자기 캐릭터를 바꾸는 데에 뛰어났던 범죄자다. 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수천 가지의 얼굴을 동시에 지닐 수 있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이 영화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하나.

“(웃으며) 나도 모른다. 그걸 알고 싶다면, 심리학자에게 내 정신분석을 의뢰해봐야 할 거다.”

-성공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이전에 못해본 것들을 해볼 기회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고, 할리우드 황금기 때처럼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곳 촬영장의 스태프는 7편의 영화를 잇따라 함께 만든 ‘패밀리’다. 이들과 함께 97년부터 12개월간 ‘아미스타드’ 등 3편을 만들었다. 요즘 다른 영화처럼 매번 새로운 스태프와 팀을 짜야 하는 조건이라면 1년에 1편 이상 못만든다.”

-당신이 ‘죠스’로 불을 지핀 ‘블록버스터’가 점점 커져 이제는 제작비가 1억 달러를 넘어섰다.(반면 영화 ‘캐치 미…’의 제작비는 할리우드 평균 수준인 5200만 달러다)

“솔직히 말해 ‘죠스’가 요즘 개봉된다면 히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어가 나올 때까지 관객들이 기다려주지 않을 테니까. 관객들은 더 이상 인내를 갖고 우리를 지켜보지 않는 것 같다. (웃으며) 아이러니인 것은, 나같은 사람들에 의해 ‘교육’받은 관객들이 이제 나같은 사람들을 더 이상 참아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즘의 할리우드를 어떻게 보나?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것을 만들어 수천만명을 그 앞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명운을 거는 종류의 일이라면, 그건 도박이 아닌가? 그런데 할리우드의 위대한 도박사들은 다 사라졌다. 오늘날 영화사 고위층들은 도박을 두려워하는 편집증 환자들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됐나?

“(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내 친구 조지(조지 루카스 감독)가 ‘스타워즈’시리즈 첫편으로 300만 달러를 번 뒤부터지.”

로스앤젤레스〓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캐치 미 이프 유 캔’. 사진제공 드림웍스 SKG

1960년대 미국 FBI 지명수배자 명단에 오른 범죄자중 최연소였던 프랭크 어베그네일의 이야기. 당시 20대였던 그는 비행기 조종사, 의사, 변호사, 심지어 FBI 요원으로 위장하며 사기극을 펼치던 실존 인물이다. 체포된 뒤에도 감옥에서 탈출하는 등 신출귀몰함으로 FBI를 경악시켰으며 현재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FBI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프랭크 역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프랭크를 추적하는 FBI 요원 역은 톰 행크스, 프랭크의 아버지 역은 크리스토퍼 월큰이 각각 맡았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한국에서는 내년 1월10일 개봉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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