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훼손된 ‘조선왕조실록’은 전체 1229권 중 초기 부분인 태조대부터 명종대까지 밀랍본(蜜蠟本) 131권. 이들 말랍본들은 종이가 변색되고 얼룩이 생겼으며 종이와 밀랍이 들러붙어 종이가 딱딱해지고 균열이 발생한 상태다. 밀랍본은 벌집에서 추출한 밀랍 용액에 담근 종이를 건조시켜 만든 책이다.
규장각의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밀랍본이 오래 간다고 해서 실록을 이런 방식으로 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지만 밀랍본은 자연 한지로 제작한 실록에 비해 훼손 상태가 훨씬 심각하고 이런 훼손은 임진왜란 전부터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998년 밀랍본의 보존 상태를 조사한 뒤 이듬해에 “보존을 위해서는 밀랍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나 현재로서는 기술 부족으로 이를 위한 실험 등을 거쳐야 한다”는 견해를 규장각에 제출한 바 있다.
문화재연구소와 규장각은 현재까지 전문 기술과 인력의 부족으로 현재까지 보존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규장각은 일본의 나라(奈良)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존 처리를 의뢰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