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혁 독주회 리뷰]현란한 기교…풍부한 감성…도취된 객석

  • 입력 2002년 9월 9일 18시 08분


7일 LG 아트센터에서 독주회를 가진 피아니스트 임동혁. 연주회를 마친 뒤 열린 팬사인회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수백명의 팬들이 북새통을 이뤄 그의 인기를 실감케했다.사진제공 조이클래식

7일 LG 아트센터에서 독주회를 가진 피아니스트 임동혁. 연주회를 마친 뒤 열린 팬사인회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수백명의 팬들이 북새통을 이뤄 그의 인기를 실감케했다.사진제공 조이클래식

현악기 연주자 중에는 10대들의 돌풍이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피아노에서는 그 예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4년생인 18세의 임동혁은 국제 콩쿨을 석권하며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어 피아노 10대 돌풍의 주역이 되고 있다.

임동혁은 이미 국내 연주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 협연을 통해서 그의 연주와 만날 수 있었기에 이번 독주회에 대한 기대는 그만큼 컸다. 특히 롱-티보 콩쿨 우승이후 한층 성숙해진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연주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열띤 반응을 통해 그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청중들의 상당수가 젊은이들이었다는 점도 바람직한 현상이었다.

처음 연주한 쇼팽의 발라드 1번에서 그는 이미 달관된 테크닉과 풍부한 감성으로 청중을 휘어잡았다. 화려한 기교도 그렇지만 템포를 자유롭게 당기고 풀어내고, 음악적 긴장감을 품격있게 유지하는 그의 모습은 낭만적인 멜로디의 흐름 속에서도 질서를 흐트리지 않았다.

이어진 쇼팽의 소나타 3번은 전문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케 한 중심 레퍼토리였다.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한 터치가 인상적이었고 빠른 패시지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은 현란한 기교는 2악장 스케르조, 강한 타력의 4악장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4개의 슈베르트의 즉흥곡 작품 90은 음악을 듣는 즐거움에 더욱 빠져들게 했다. 머뭇거림 없이 물 흐르듯 다양한 소리의 세계로 청중을 인도한 임동혁의 연주는 10대의 순수함과 채색되지 않은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마지막 라벨의 라 발스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그는 청중들의 열띤 환호에 답해 네 곡의 앙코르곡을 선사했다. 연륜과 더불어 더욱 깊어질 예술적 표출을 통해 임동혁이 우리시대에 뛰어난 예술가로 우뚝 서리라는 기대를 갖는다.

한상우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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