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영화팬보다 錢主가 우선인가

  • 입력 2002년 9월 4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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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코앞에 둔 영화 ‘가문의 영광’의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는 3일 시사회를 서울극장에서 열었다.

이어 같은 날 밤 각각 두 일간지와 한시간의 차이를 두고 주연배우 김정은의 인터뷰 일정도 잡아놓았다. 주연배우 인터뷰는 개봉을 앞둔 영화 제작사에게는 홍보 차원에서 ‘필수’나 다름없다.

그런데 제작사측은 인터뷰를 불과 1시간 앞두고 “김정은씨 인터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연락을 해왔다. 영화 홍보 전략상 가장 비중이 높은 주연 배우 인터뷰를 돌연 ‘펑크’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기자가 의아해하자 제작사의 해명이 시시각각 바뀌었다.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태원 사장과 강감독(강우석감독·‘가문의 영광’ 투자사인 플레너스 주주)이 저녁약속에 불러 세종 호텔로 가야 한다.” “고생한 스태프들끼리 저녁을 먹는 선약이 애초부터 있었다.”

정 사장의 해명은 또 달랐다.

그는 “영화에 출연한 유동근씨가 저녁을 사겠다고 했는데 남자 주인공인 정준호가 촬영으로 참석할 형편이 안돼 김정은을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태원측이나 정 사장의 해명을 공적인 약속을 깨면서까지 김정은을 ‘모시려고’ 한 이유로 납득하기는 어려웠다. 팬들에게 영화를 알리는 것 보다 관계자간의 식사가 더 급했기 때문일까.

오히려 그날 모임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의 말이 더 설득력 있다.

그는 “김정은이 달려가야 했던 이유는 플레너스의 박병무 사장이 참석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플레너스는 충무로의 최대 투자 배급사로 이 영화의 ‘전주’인 셈이다. 즉 ‘가문의 영광’의 제작사는 전주가 참석하는 자리에 주연배우는 빠지고 조연만 있게 되자 김정은의 공식 일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충무로의 한 중견 제작자는 “영화 투자사에 대한 제작사의 과잉 충성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라며 “최근 영화계의 거품이 걷히면서 투자자에 대한 제작사의 눈치보기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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