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미모가 가수조건?" 오페라 스타마케팅에 일침

  • 입력 2002년 8월 13일 17시 52분


전성기인 1970년대 함께 포즈를 취한 지휘자 리처드 보닌지(오른쪽) 소프라노 조안 서덜랜드(왼쪽) 부부.
전성기인 1970년대 함께 포즈를 취한 지휘자 리처드 보닌지(오른쪽) 소프라노 조안 서덜랜드(왼쪽) 부부.
“5년 동안 반짝 뜨고 지기 위해 무대에 설 건가?”

1970년대 오페라 지휘자로 명성을 날렸던 리처드 보닌지(71)가 오늘날 오페라무대의 ‘빨리빨리’식 스타키우기 시스템에 직격탄을 날렸다.

성악코치도 겸했던 보닌지는 54년 결혼한 부인 조안 서덜랜드를 70년대를 대표하는 소프라노로 키워냈다. 서덜랜드와 루치아노 파바로티라는 ‘황금 커플’을 기용해 데카 레이블의 수많은 오페라 명반을 탄생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부인의 고향인 호주에 살고 있는 그는 최근 ‘디 에이지(The Age)’ 등 호주 언론과의 회견에서 “속성재배식 스타양산 체제 때문에 성악가들이 충분한 기량을 익히지 못한 채 대중과 만나고 쉽게 은퇴해버린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성악교육 시스템이 발달해 젊은 성악가들의 테크닉은 예전보다 발전했습니다. 그렇지만 소리 자체는 옛날보다 작고 성숙되지도 않았어요.”

젊은 스타들의 바쁜 일정도 성토의 대상으로 삼았다. “옛날 나와 아내는 여객선으로 이동하며 충분히 휴식을 갖고 무대에 올랐죠. 오늘날에는 비행기안의 건조한 실내에서 몇 시간 씩 보내고 쉬지도 못한 채 무대에 오르니, 목이 견뎌내겠습니까. 이건 재앙(disaster)이라구요.”

그가 가장 목청 높여 비판한 부분은 90년대 이후 노골적으로 부각되는 ‘미모 캐스팅’. 그는 “오늘날 오디션 담당자들은 TV 드라마 오디션을 하는 것 같다. ‘인물이 되는’ 가수만 고르니 오페라의 수준이 높아지겠는가”라고 질타했다.

사실 보닌지의 부인인 조안 서덜랜드는 화려한 기교와 밝고 품격있는 목소리로 유명한 ‘프리마 돈나’였지만 미모 면에서는 그다지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소프라노로 알려져 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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