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중퇴 詩人 박종숙씨 44세에 숙대 늦깎이 입학

  • 입력 2002년 7월 23일 18시 39분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대학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고 싶어요.”

23일 숙명여대 수시1학기 특기적성우수자전형으로 인문학부에 합격한 시인 박종숙(朴鐘淑·44·여)씨는 내년 봄 그토록 그리던 대학생이 될 꿈에 부풀어 있었다.

박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봉제공장 등을 다니며 일을 해야 했다. 부모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큰아들이 부상해 돌아오자 울화병으로 몸져눕는 바람에 가정형편이 기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이 되는 게 꿈이었던 박씨는 밤늦은 시각까지 다락방에서 촛불을 켜놓고 책을 읽으며 습작 활동을 계속했다.

그러던 중 박씨는 그의 작품을 눈여겨본 황금찬(黃錦燦) 시인의 추천으로 92년 ‘시대문학’ 여름호에 ‘성내천을 바라보며’라는 작품으로 등단할 수 있었다. 이후 ‘낯선 땅에서 낯선 곳으로’ ‘나도 그런 바람이었으면’ 등 지금까지 4권의 시집을 내며 활발하게 시작(詩作) 활동을 해왔다. 박씨는 또 99년에는 ‘울음의 노래’라는 작품으로 제15회 윤동주문학상을 받는 등 문단에서도 실력 있는 시인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학업의 꿈을 접지 못한 박씨는 허영자(許英子)씨 등 숙명여대 출신 문인들의 권유에 용기를 내 96년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친 뒤 정규 학교인 신동신정보고등학교에 들어가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박씨는 “고등학교 수업이 워낙 빡빡한 탓에 본의 아니게 ‘게으른 시인’이 됐지만 대학에 들어가면 진솔한 인간미가 넘치는 시들을 실컷 쓰고 싶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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