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고향 헌신 사업가 별세… 주민들 面民葬 넋 기려

  • 입력 2002년 7월 11일 22시 15분


경남 창녕 출신으로 일본에서 자수성가한 뒤 고향 주민들을 구호하고 평생 육영사업에 몸바쳐 온 실업가가 별세하자 주민들이 뜻을 모아 면민장(面民葬)을 준비했다.

창녕군 고암면(면장 김영천·金榮天)은 11일 “8일 오후 향년 94세로 별세한 이 고장 출신 손무상(孫戊尙)옹의 장례를 12일 면민장으로 치른다”고 밝혔다.

고암면 중대리에서 태어난 손옹은 20대 초반 무일푼으로 일본에 건너가 막노동을 하며 돈을 모았고 이후 일본과 서울에서 염색회사 등을 운영했다.

손옹은 57년 처음으로 귀국해 지역민들이 어렵게 생활하는 것을 보고 영세민 구호에 나섰다. 그는 당시 주택 100여가구를 건립해 주민들을 입주시키고 논 24만여㎡를 사들여 농사도 짓도록 했다.

또 농촌 근대화에는 전기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창녕읍에서 고암면까지의 전기 공사비도 선뜻 내놨다. 또 ‘가난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제대로 배워야 한다’며 유치원을 설립한데 이어 고암중학교와 창녕공고도 세웠다.

78년에는 자신의 호를 딴 중야장학재단을 만들어 수백명의 학생들에 장학금을 지급했다. 71년 국민훈장 모란장, 94년 창녕군민대상 등을 받았다.

창녕군 관계자는 “지역의 ‘큰 어른’으로 존경받던 손옹의 별세를 많은 주민들이 아쉬워하고 있다”며 “사사로운 일에는 엄격한 반면 공적인 부분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서서 모든 것을 바치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창녕〓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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