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태원 ‘화장실 요금원’ 된 ‘명성황후’

  • 입력 2002년 7월 11일 18시 59분


사진 : 박영대 기자
사진 : 박영대 기자
“한마디로 ‘깨는’ 역할이죠.”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냈던 배우 이태원(37)이 ‘화장실 지기’로 ‘극과 극의 인생’에 도전한다. 8월31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유린타운’에서 공중 화장실 요금 수거원 페니 와이즈 역을 맡았기 때문.

“6년째 ‘명성황후’를 연기하면서 들어오는 작품도 공주나 왕비가 대부분이었어요. 근엄한 이미지에서 한번쯤 벗어날 때가 된거죠. ‘유린타운’은 황후의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연기의 폭을 넓히자는 의도입니다. 혹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예쁘게봐 주세요.”

극중에서 그는 ‘악독’하고 ‘억척’스럽다. “돈 안내면 (화장실에) 못들어간다”며 으름장을 놓고, 몰래 ‘볼 일’을 본 사람을 고발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 창녀 출신으로 소변 주식회사 사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시민들에게 볼모로 잡혀가자 사장을 몰아내는 정의파로 순식간에 변모한다.

그는 “남경읍 김성기 등 쟁쟁한 뮤지컬 배우들의 실력이 뛰어나 잘 따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하지만 주조연의 구분이 없고 사회풍자 뮤지컬에서 처음 출연하는 것이어서 연습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이태원은 1995년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왕과 나’ 오디션에 응시해 왕비 티앙 역에 합격한 후 1200여회나 출연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에게 ‘유린 타운’은 새로운 실험인 동시에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는 계기인 셈이다.

그는 헬스와 탭댄스로 체력을 관리한다. 시간이 나면 클라리넷을 불고 장고 두드리기를즐긴다. ‘유린 타운’ 연습 틈틈이 탤런트 유준상 노현희 엄지원 등 뮤지컬 개인 교습도 하고 있다. 그의 일과표가 이처럼 빼곡한 이유는 “쉬면 아프기 때문”이다.

줄리어드 음대에서 성악을 공부한 그에게 성악가의 꿈이 남아 있진 않을까.

“학교 졸업 후 뮤지컬을 선택하면서 성악에 대한 미련을 버렸어요. 내가 선택한 길에 만족해요. 지난해 ‘퀸’에 이은 2집 음반을 준비중인데 배우와 가수 활동을 병행할 생각입니다.”

이태원의 욕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언젠가는 “농담 따먹기 식이 아닌 고급스러운 문화 토크쇼 호스트가 되고 싶다”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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