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난 겁쟁이 늑대야" '뭐든지 무서워하는 늑대'

  • 입력 2002년 5월 21일 17시 22분


뭐든지 무서워하는 늑대/안 로카르 글 염혜원 그림/28쪽 5000원 비룡소(만6세~초등2학년)

요즘 어린이책의 이야깃거리로 자주 등장하는 것 중의 하나는 소위 ‘왕따’ 문제다. 외모가 특이하다거나, 겉모습이 단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또는 너무 뚱뚱해서, 한 아이를 반 전체 아이들이 집단으로 따돌리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돌림을 당한 아이가 받을 정신적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생각한다면 심각한 문제지만, 나만 알고 남을 배려하는 것이 서툰 아이들에게는 그저 ‘남의 얘기’일 뿐이다.

여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톨이가 돼 버린 늑대가 있다. 생김새만 본다면, 세상에 두려운 것이라곤 하나도 없을 것 같은 늑대 ‘가루가루’는 아무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이란 바로 늑대답지 않게 ‘뭐든지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꾸물거리는 뱀은 물론이거니와 두꺼비, 심지어 달팽이까지….

가루가루가 특히 무서워하는 것은 캄캄한 ‘어둠’이다. 밤마다 무서운 꿈에 시달리며 울부짖는 늑대를 숲 속 동물들은 알 리가 없다. 가루가루가 숲에 나타나기만 하면 모두 숨기에 바빠 말 한마디 건넬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숲 속 동물들은 가루가루의 속마음을 모른 채 험상궂게 생긴 겉모습만으로 그를 판단해 버린다. 늑대 중에서도 아주 아주 사나운 늑대라고….

숲 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모든 동물들이 숨어버리는 통에 친구를 사귀기는 커녕, 다른 동물들의 얼굴조차 구경할 수 없었던 늑대에게 어느 날 밤, 길을 잃은 여자아이가 찾아온다.

자신이 가장 무서워했던 어둠 속에서 낯선 방문객을 맞은 가루가루는 처음으로 어둠이 좋아졌다. 어둠은 첫 손님에게 무시무시한 자신의 외모를 보이지 않도록 숨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루가루는 날이 밝으면 여자아이 역시 기겁하여 도망을 갈 거라며 한숨짓는다.

다행스럽게도 늑대에 대해 아무런 선입견이 없던 여자아이는 가루가루가 늑대이건 코끼리이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부드러운 털의 감촉이 좋을 뿐이다. 아이를 등에 태우고 자랑스럽게 숲을 가로질러 가는 가루가루를 보고 숲 속 동물들은 그제서야 하나둘씩 늑대의 뒤를 따라간다.

책을 읽은 아이들은 험상궂은 외모를 아랑곳하지 않고 늑대와 마음을 나누는 아이의 순수함을 보면서, 우정이란 생김새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밤을 무서워한다는 우스꽝스러운 늑대캐릭터를 등장시켜 자칫 교훈이 노골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무시무시해 보이는 늑대도 역시 자신처럼 어둠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보며 아이들은 위안을 삼지 않을까?

오혜경 주부·서울 강북구 미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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