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천경자화백 언어장애로 뉴욕 칩거

  • 입력 2002년 5월 12일 17시 28분


지난 3월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유준상 서울시립미술관장을 만났을 때, 그는 “시립미술관 재개관 기념전으로 천경자전을 준비 중인데 천화백께서 개막식에 참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지금 유관장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미국 뉴욕에서 큰 딸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천경자 화백(78)의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유관장은 “언어장애가 심각하다. 사람들과 대화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거동은 할 수 있지만 언어생활이 불편하다보니 사람을 잘 만나지 않고 외출도 삼가고 있다고 한다. 작품활동도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미술계 인사들과 지인들은 “천화백이 심한 치매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물론 외출도 삼가고 있다”고 전했다.

천화백의 건강이 궁금해 최근 기자가 뉴욕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워싱턴의 둘째 딸 집으로 전화를 했을 때, 천화백의 외손자는 “얼마 전 할머니를 뵈었다”고 말할 뿐 더 이상의 언급은 회피했다. 천화백의 안타까운 상황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지만 천화백의 상설전시 개막에 주인공이 참석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많은 미술인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말년에 이국땅에서 불편한 몸으로 외롭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화가 천경자의 운명일까. 유관장은 “천경자라는 분은 뭐랄까, 전(全) 인생을 보헤미안처럼 살았는데…”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유준상 관장은 “천경자라는 분은 뭐랄까, 전(全) 인생을 보헤미안처럼 살았는데…”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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