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출신으로 연극에 입문한 계기는?
“몬트리올대학에서 성악과 석사를 마쳤을 때 레드몽드측으로부터 ‘라잇모티브’ 출연 제안을 받았다. 전혀 새로운 분야여서 망설이기도 했지만 성악가가 연극 작업을 통해 깊이 있는 가사 전달이 가능할 것 같았다. 성악과에서 이미 완성된 작품을 해석하는 법을 배웠던 나로선 ‘역동적인 즉흥’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연출가 다니엘 메이외르는 연기와 창조를 즐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무대 위 모든 공간을 사용하라’며 내가 자연스럽게 로사라는 인물에 빠져들 수 있도록 배려했고 내 안의 잠재력이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로사 역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이 작품의 작곡가인 미셀 로비두는 즉흥 보컬을 요구했다. 전쟁으로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고통과 살아남으려는 의지를 고음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 역할을 계속하면서 다양한 발성에 대해 많은 걸 배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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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잇모티브’의 주요 내용인 전쟁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궁금하다.
“연인이 전쟁(싸움)을 하면 건설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증오하고 비난하고 나쁜 감정만 남는다. 세계는 더 많은 관대함을 필요로 한다. 전쟁은 많은 희생자를 낳기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작품의 배우이자 내 삶의 동반자인 이브 듀베는 이런 말을 했다. ‘전쟁은 인류의 가장 작은 부분의 하나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을 원치 않아. 그들에게 억지로 떠맡겨질 뿐이야.’”
지난해 오페라 ‘카차 카바노바’에서 러시아의 노부인 카바니차 역을 맡았던 그는 ‘라잇모티브’에 출연한 경험을 살려 노래와 연기를 함께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연극의 매력은 무엇일까.
“내게 있어서 연극은 말하고, 비난하고, 표현하고, 울고, 웃고, 노래하는 것이다. 나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있던 숨겨진 감정의 전부를 밖으로 표출하게 만드는 특별한 장소인 셈이다.”
-한국에서 연극배우는 ‘배고픈 직업’이다. 캐나다는 어떤가?
“한국이나 캐나다나 마찬가지다. 연극에 대한 사랑, 열정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다. 돈을 벌고 싶다면 치과교정 같은 직업을 선택하면 된다. 내 경우는 오페라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작업 등으로 생계에 큰 어려움은 없다.”
그는 “첫 한국공연을 멋지게 선보이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며 “올해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 오페라 공연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10일 오후 7시반, 11일 오후 3시 7시반, 12일 오후 4시. 서울 문예진흥원 예술회관 대극장. 2만∼4만원. 02-762-0010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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